[유가 백불 시대-④]10불에서 100불까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01.03 13:38

10년만에 10불에서 100불로

유가 세자릿수 시대가 열렸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전일대비 4.2% 급등한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3년 NYMEX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약 10배 불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0년이 안 된다. 1998년 연말 유가는 배럴당 10달러대에 머물렀다.

최근의 고유가 행진은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수요 증가와 추가 유전 발굴의 어려움, 투기 수요 유입, 지정학적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한데 묶여 만들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폭등, 폭락과 같은 급격한 유가 변동에 대해 제동장치 역할을 해주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통제력은 이미 바닥 난 상태다.

◇유가, 10년새 10배

10년 전인 1998년 초 유가는 하락세였다. 서방 석유 메이저들과 OPEC간 힘겨루기로 공급량은 늘어났지만 아시아국들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북반구의 겨울 기온마저 평년을 웃돌자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OPEC이 뒤늦게 감산을 결정하고 가격 회복에 나섰지만 하향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1998년 12월10일 WTI 선물은 배럴당 10.72달러의 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99년 취임과 동시에 자원부국주의를 외치며 OPEC의 감산을 주장했다.

결국 같은해 3월 OPEC은 감산을 결정했고 유가는 기나긴 상승세의 돛을 올렸다. 당시 유가는 불과 1년여 만에 25달러로 2배 이상 뛰었고 이후에도 줄기차게 상승 일로를 걷고 있다.

◇수요는 증가, 개발은 제자리

1998년 유가 급락을 경험하면서 석유 메이저들은 신규 유전 개발 투자에 대한 부담을 실감했다.

석유 메이저 소유의 대형 유전 대부분은 2차대전 종전 이후 10년 내 개발된 것이다. 사실상 경제성이 높은 유전의 대부분이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결국 추가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오지를 찾아 나서야 하지만 1998년의 유가 급락이 맛본 석유사들은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석유 수요는 매년 2~3% 증가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소폭 감소가 있었을 뿐 석유 수요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3년 3월 미군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전세계 1일 석유 소비량은 7900만배럴을 웃돌았다. 5년 전보다 600만배럴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생산량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반면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OPEC의 가격 조정 능력은 고갈됐다. 긴급 수요에 대한 OPEC의 즉시 공급 여력은 2004년 10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등장

2004년은 중국이 국제 에너지시장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중국 공장들은 경제성장세를 따라오지 못하는 전력 대신 석유에 집중했다. 자연 중국의 석유 수요는 급증했다.

2004년 전세계 1일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280만배럴 증가한 8230만배럴을 기록했다. 증가분의 3분의 1은 중국의 몫이었다.

◇투기자금의 유입

변화된 거래 양상도 유가 상승의 한 원인이다.

NYMEX는 2006년 9월 24시간 전자거래 체제를 확립했다. 거래 기회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유가 변동성도 덩달아 확대됐다.

투자 목적의 자본도 2000년대 들어 유가 결정의 한 축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연기금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투자처 다변화를 목적으로 석유시장에 뛰어들었고 헤지펀드도 이에 가세했다.

2001년 이후 NYMEX 석유 선물에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는 5배 이상 증가했다. 실수요를 뛰어넘는 자금의 흐름이 시장을 휘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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