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를 들고나왔고 2001년에는 소액주주를 대표할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표 대결에 나서기도 했다. 장 교수 등 참여연대는 "봉건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이재용 전무(이건희 회장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를 문제삼았고 이 과정에서 삼성은 "시민운동 그만두고 투자회사 차리는 것이 낫겠다", "정회하고 한판 붙자"는 감정섞인 대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충돌은 삼성전자 등 회사 가치 상승과 주주권익 보호에는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주가는 98년 초 3만 ~ 4만원대보다 7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자사주 11조원 매입(2000 ~ 2007년)이라는 주주보호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은 그 뒤 8000억원대의 사회환원 등 여러 대안을 내놨지만 여론은 여전히 다소 냉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교수는 고려대의 보직 교수(경영대학장)로서 삼성에 대해 손을 내밀었다. 삼성그룹의 대표적 전문 경영인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경영대학 초빙 교수로 임용해 강의를 부탁해 성사시킨 것.
장 교수는 윤 부회장을 "단순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한국의 보배"라고까지 극찬했고 국내 경제에서 삼성의 무게감과 책임론을 거듭 설파하기도 했다.
3장은 장 교수의 활동 영역확대에서 비롯됐다. 2006년 하반기부터 장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의 투자고문으로 참여연대 시절의 장외 소액주주 운동가에서 명실상부한 장내의 투자가로 변신했다. 대한화섬, 태광산업 투자와 여론 환기 등을 통해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이끌어냈고 숨은 자산주의 재발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초창기에 협력하는 듯 하다 최근 갈등하고 있는 동원개발도 장하성펀드의 대표적인 투자종목이다. 장하성펀드는 여론의 지지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는 못 했지만 동원개발에서만은 달랐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투자신탁운용이 주총 안건(감사 선임)과 관련해 보유중인 동원개발 지분(4만1785주, 0.46%)에 대해 장하성펀드쪽에 서기로 한 것.
장하성 교수는 펀드의 투자고문으로, 삼성투신은 투자자가 맡긴 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지만 장교수와 삼성, 양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올해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에서 비롯된 특별검사 진행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장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 등을 통해 "시장경제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시장이 질서있고 공정해야 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발언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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