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교수-삼성, 2막3장 10년 인연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김동하 기자 | 2008.01.02 15:09

삼성투신,동원개발 주총서 張펀드 협조..삼성電 주총 격돌 등 상보 관계

애증을 넘은 변증법적 관계라는 삼성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의 10년 넘은 인연이 2008년 벽두부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무대는 3일로 예정된 코스닥 상장사 동원개발의 주주총회 장소인 부산이다. 주총에서 장하성 교수와 삼성은 직접 주연은 아니지만 연출자 또는 조연으로서의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이른바 삼성과 장 교수 관계의 변증법적 2막3장 중 3장의 개장이라 할 만 하다.

1장인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삼성과 장 교수에게는 격돌의 시기였다. 장 교수는 90년대 후반부터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소액주주에 의한 재벌개혁을 주도했고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은 그 핵심 타깃이었다. 꼭 10년 전인 98년 삼성전자 주총에서 장 교수는 소액주주의 삼성전자 지분 100만여주(1.05%)를 위임받아 삼성차 위장출자, 낙후된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13시간30분이라는 마라톤 주총 기록을 선보이며 소액주주 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다.

99년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를 들고나왔고 2001년에는 소액주주를 대표할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표 대결에 나서기도 했다. 장 교수 등 참여연대는 "봉건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이재용 전무(이건희 회장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를 문제삼았고 이 과정에서 삼성은 "시민운동 그만두고 투자회사 차리는 것이 낫겠다", "정회하고 한판 붙자"는 감정섞인 대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충돌은 삼성전자 등 회사 가치 상승과 주주권익 보호에는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주가는 98년 초 3만 ~ 4만원대보다 7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자사주 11조원 매입(2000 ~ 2007년)이라는 주주보호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2장은 충돌보다는 발전적 협력 단계에 가깝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의 실적 호전 등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은 일궈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삼성 공화국론(사회 전반이 삼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 잦은 송사(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X-파일 사건, 에버랜드, 삼성SDS 등 관련 공판 등) 등으로 양면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건희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을 두고 고려대생들이 이 회장의 학위 수여식장 진입을 물리력으로 막으며 충돌했던 것(2005년5월)도 그 같은 부정적 측면의 반영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이 회장에 대한 결례(?)를 두고 고려대와 삼성간의 관계도 다소 불편해졌다.

삼성은 그 뒤 8000억원대의 사회환원 등 여러 대안을 내놨지만 여론은 여전히 다소 냉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교수는 고려대의 보직 교수(경영대학장)로서 삼성에 대해 손을 내밀었다. 삼성그룹의 대표적 전문 경영인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경영대학 초빙 교수로 임용해 강의를 부탁해 성사시킨 것.


장 교수는 윤 부회장을 "단순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한국의 보배"라고까지 극찬했고 국내 경제에서 삼성의 무게감과 책임론을 거듭 설파하기도 했다.

3장은 장 교수의 활동 영역확대에서 비롯됐다. 2006년 하반기부터 장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의 투자고문으로 참여연대 시절의 장외 소액주주 운동가에서 명실상부한 장내의 투자가로 변신했다. 대한화섬, 태광산업 투자와 여론 환기 등을 통해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이끌어냈고 숨은 자산주의 재발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초창기에 협력하는 듯 하다 최근 갈등하고 있는 동원개발도 장하성펀드의 대표적인 투자종목이다. 장하성펀드는 여론의 지지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는 못 했지만 동원개발에서만은 달랐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투자신탁운용이 주총 안건(감사 선임)과 관련해 보유중인 동원개발 지분(4만1785주, 0.46%)에 대해 장하성펀드쪽에 서기로 한 것.

장하성 교수는 펀드의 투자고문으로, 삼성투신은 투자자가 맡긴 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지만 장교수와 삼성, 양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올해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에서 비롯된 특별검사 진행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장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 등을 통해 "시장경제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시장이 질서있고 공정해야 한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발언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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