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2000억원대 편법증여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1.02 13:35

결손회사 재무구조 개선 명분 신동빈부회장 등에 증여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이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결손기업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편법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손기업에 증여 명분으로 지분을 넘겨 증여세를 회피하고 자녀들의 경영권을 강화해줬다는 것이다.

2일 롯데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격호회장은 지난해 마지막날인 31일 저녁 공시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요 상장사 지분을 롯데미도파,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롯데후레쉬델리카 등에 증여했다고 밝혔다.

내역을 보면 롯데미도파는 신 회장으로부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알미늄, 롯데리아, 롯데캐피탈, 롯데상사 등 지분을 증여받았다. 또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롯데로지스틱스 지분을, 롯데알미늄은 롯데건설 지분을 받았다.

◇결손법인은 증여세 안내=신 회장이 증여한 주식의 평가액은 약 2000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45%를 증여세로 부과하는 현행법에 따라 롯데미도파 등은 약 900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손법인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는 현행법에 따라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롯데에 따르면 롯데미도파는 국세청 과세 기준으로 지난해말까지 약 170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롯데후레쉬델리카, 롯데알미늄 등을 합하면 신 회장이 증여한 2000억원 상당의 금액과 맞아떨어진다.

결손금을 초과하는 증여를 통해 증여세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증여 수량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 것.

롯데 관계자는 "이번 증여로 롯데미도파 등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올해 상당한 규모의 법인세를 낼 것으로 보여 증여세 회피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를 넘기기 전에 재무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적과 롯데미도파가 상장사여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31일 저녁에 공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안내고 자녀들은 재산증식=2000억원대 주식을 증여받은 계열사는 신동빈부회장, 신유미씨 등이 대주주로 있거나 단계적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구조여서 이번 증여의 수혜자는 신 회장의 자녀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롯데미도파의 경우 롯데쇼핑이 79.0%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롯데쇼핑은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14.6%)과 차남 신동빈 부회장(14.6%)이 대주주다.

롯데브랑제리도 90.9% 지분을 롯데쇼핑이 보유해 마찬가지 효과가 발생한다.


롯데알미늄은 특이한 경우다. 롯데알미늄은 일본 롯데상사가 84.5%, 신격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롯데알미늄은 롯데제과 지분 13.4%, 롯데칠성 8.4%, 롯데건설 12.1%, 롯데기공 18.3% 등을 보유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신 회장은 롯데알미늄에 롯데건설 지분을 증여하는가 하면 롯데미도파에는 롯데알미늄 지분을 넘기기도 했다. 결손 회사의 재무를 개선한다면서 결손 회사에 결손 회사 지분을 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증여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결국 롯데알미늄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면서 롯데미도파를 통한 롯데알미늄 지분 확대로 신동빈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명분 없는 계열사 동원 유상증자=특히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 회장과 서미경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신유미씨가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증여에 앞서 유미씨는 롯데 관계사인 일본 미쓰이물산으로부터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를 넘겨받았다.

롯데후레쉬델리카가 증여받은 롯데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의 물류회사로서 지난해말 신 회장과 계열사들이 뚜렷한 이유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후 롯데냉동과 합병했다.

이런 식으로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의 현금이 쌓였다.

'갑작스런 유미씨의 등장→계열사 동원한 롯데로지스틱스의 현금 확충→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냉동의 합병→롯데후레쉬델리카로 지분 증여(신격호 회장 보유분)'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안들은 유미씨 재산증식을 위해 계열사가 동원됐다는 의혹이 짙다.

앞서 롯데쇼핑은 서미경씨와 신영자 부사장 등이 운영 중인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낮은가격 임대매장을 빌려줬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총수일가과 계열사의 부적절한 거래가 줄곳 지적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소 소장은 "신격호 회장의 증여가 결손법인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건 문제 없지만 증여받은 계열사 소유구조가 총수 일가에 집중돼 있어 석연치 않은 증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세법을 면밀히 살펴본 후 국세청을 상대로 롯데에 대한 과세에 나설 것을 요구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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