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9일(09: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은행 유동화 자산에 대해 감독당국의 공식 기준이 없어 바젤II협약 적용 등에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당장 바젤II에 대비해 신용평가사들이 내놓고 있는 유동화자산 신용등급의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대출채권이나 사모사채 등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신용보강이나 매입약정을 통해 신용위험을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유동화 기간이 1년 미만이면 규제자본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자산유동화에 대한 신용위험 처리기준이 강화된 바젤II가 시행돼 유동화자산에 대해 부담하는 신용위험에 대해서도 규제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평가사에 의뢰해 지난해말부터 각 유동화자산에 대해 외부등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화익스포져 등급(CFR)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의 이른바 콘듀잇(conduit)을 통해 발행된 유동화기업어음(ABCP) 대부분에 대해 자산유동화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금감원 관계자는 ""바젤II의 유동화 정의상 선순위, 후순위 등 계층관계가 성립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발행된 ABCP 콘듀잇은 단일 트랜치로 구성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경우에는 자산유동화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거에 1개 단일자산으로 1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경우에 대해 유동화 정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권의 신용공여 등에 의해 시리즈 형태로 발행된 ABCP가 선순위와 후순위로 나뉘지 않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계층화 조건에 맞지 않고 결과적으로 유동화로 인정할 수 없다는게 입장이다.
콘듀잇 ABCP를 자산유동화로 인정하지 않으면 은행들은 신용평가사들의 유동화익스포져 등급을 외부등급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유동화해 장부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직접 보유한 것으로 보고 각 자산별로 일일이 기업대출 익스포져의 정도를 측정해 규제자본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2~3년동안 대부분의 은행 유동화가 콘듀잇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의 골드윙과 미래든, 하나은행의 빅팟이천칠 등 은행마다 적게는 한개에서 많게는 서너개씩의 콘듀잇을 설립해 수조원의 자산을 유동화해 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리스크 산정을 위해 유동화 등급을 달라는 은행 측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평가를 시작해 공시를 해오고 있다"며 "유동화 정의를 벗어난다면 상당수의 등급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동화로 인정되느냐 여부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은행의 이해관계도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동화 등급이 아니라 기업 대출에 해당하는 익스포져를 적용받게 될 경우 규제자기자본 규모가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자산을 유동화시킨 곳은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유동화 기준에 대한 기준을 전달받지 못해 지금으로서는 충당금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빅팟이천칠이 선ㆍ후순위의 계층이 성립하지 않는 단일 트랜치로 구성돼 유동화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 1조4650억원의 ABCP를 발행한 빅팟이천칠의 경우 유동화 익스포져와 기업 익스포져 적용시 규제자기자본을 비교한 결과 각각 1172억, 92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나은행이 빅팟에 편입한 각 회사채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봤을때 250억원 가량의 규제자기자본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양정용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회사채 등급이 'AA'급인 경우 위험가중치가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나 'BB+' 이하는 150%로 1.5배 상승한다"면서 "투기등급에 대한 투자기피나 등급회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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