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런 정책이 어떤 것이 있냐고 되묻기는 했지만 아마 그 의원의 머릿속에는 경제가 후방연쇄효과 전방연쇄효과를 통해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대기업이 힘들어지고 투자를 안 하고 경제가 침체되면 정작 무너져서 실려 나가는 것은 중소기업이요 서민이요 자영업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하고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짐짓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여 정부의 정책 중에는 이처럼 명분을 위해 실리를 희생시킨 것이 많았다. 제발 계층간 지역간 편가르기 좀 하지 말라고 그리 외쳐도 들은 척 하지도 않고 계속 편가르기를 시도하더니 떠나기 직전까지 결국은 다시 열게 될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는 모습은 참여정부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수도권규제만 해도 그렇다. 10만 ㎢ 밖에 안 되는 작은 국토를 놓고 지역별로 균등해야 한다면서 수도권억제정책을 쓰면 기업은 밖으로 나가버린다. 수도권 억제정책의 최대수혜자는 지방경제권이 아니라 상해나 청도라는 점을 인정하고 지역균형이 아니라 지역특화발전전략을 세워야 할 때가 왔는데도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한 후보의 공약 중에 한반도를 여러 개의 작은 연방으로 만들어 각 연방이 도시국가처럼 경쟁을 하며 발전을 도모하자는 공약까지 등장했었고 매우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던 적이 있는 것을 보면 균형이라는 이름하에 공공기관을 억지로 나눠먹기 식으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풀빵찍기 식의 정책을 지양할 때가 왔다.
이제 소위 민주화세력의 국정실험은 끝났다. 국민들은 21세기로 넘어온 지 오래였는데 투쟁의 깃발을 들던 20세기의 철지난 이념에 매몰되어 변화하는 환경을 무시하고 국민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훈계하고 변화시키려 들던 오만한 정부가 이제 물러가고 실용과 실리를 추구하는 정부가 출범한다.
하지만 새 정부의 앞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선 지난 좌파 정부가 10년간 집권하면서 평등과 공유의 가치를 각종 정책을 통해 너무 깊게 넓게 확산시켜 놓았다. 21세기의 가치는 자유와 사유인데도 말이다.
비록 국민들이 '이러다 큰일나지' 라는 심정으로 정권교체를 시켰지만 국민의 생각은 좌파정부가 집권했던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상당한 학습이 은연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왜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를 분명하게 인식시키고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어려운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유가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이고 달러의 지속적 약세에 따른 원화강세가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 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계속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서브프라임위기는 진정되는 듯 하면서도 계속 잠재된 채 틈만 나면 수면위로 떠올라서 주식시장을 위협하고 신용경색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담보대출과 연결된 채권시장의 부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 바람에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안심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와중에서 은행권의 자금이 투신권의 펀드 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금리가 오르고 있고 이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10만여채에 달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과 이와 연결된 제 2금융권의 PF 대출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처럼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그럴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보약을 먹이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진통제는 잠깐 통증을 줄여주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보약을 먹고 기초체력이 튼튼해지면 웬만한 병은 그냥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동안 미래를 위한 씨앗을 덜 뿌리는 바람에 기진맥진한 우리 경제가 이제 웬만한 악재는 자생적으로 잘 견디어낼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완화를 포함한 친기업 환경 조성 등 장기적 포석을 둠으로서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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