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당선 13일만에 입장 표명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1.01 16:47

"남북경협 확대해야" 간접적 약속이행 촉구

남한의 정권교체에 대해 이례적인 긴 침묵으로 일관해 온 북한이 새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첫 반응을 내놓았다.

북핵 6자회담 진행 상황을 고려, 미국에 대한 자극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10.4 선언'의 충실한 이행과 남북경협 확대를 주문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남북경협 다방면 추진 장려해야" = 북한은 1일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지에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는 제목의 공동사설을 싣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설에서 북한은 "북남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적으로도 "현 시기 경제강국 건설의 기본방향은 인민경제의 주체성을 강화하면서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현대화를 적극 실현하여 자립적 민족경제의 우월성과 생활력을 발양시키는 것"이라며 '경제건설'을 '강성대국' 건설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설은 2012년이 고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주년임을 상기시키며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세움으로써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사설에서는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경제건설의 목표로 내세우고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증산 △경공업 부문 강화 △평양시 건설 및 농촌 살림집 건설 △보건 등 인민적 시책 강화 등을 우선사업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경제건설에서 과학기술의 역할과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사업의 혁명'을 역설한 뒤, "인민군대가 경제강국 건설의 중요 전선에서 불가능을 모르는 우리 군대의 전투적 기개를 더 높이 떨쳐야 한다"며 군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설은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운명이고 미래"라며 "우리의 제도, 우리의 사회주의 도덕과 문화, 우리의 생활양식을 좀 먹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체제고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 '반한나라' 표현 없이 "친미사대 용납 말아야" = 한편, 사설은 통일 등 대외 문제에 대해 "북과 남의 정당, 단체들과 각계각층은 주의주장과 당리당략을 떠나 민족의 대의를 앞에 놓고 굳게 단합하여 겨레의 통일염원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복종시켜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통일에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에 등을 돌려대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는 친미사대와 매국배족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지만 표현은 많이 누그러졌다. 작년 공동사설을 비롯해 북한은 그 동안 '반한나라당', '반보수 대연합 구축'이라는 표현을 대남 비난의 단골용어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 사설에서는 뺀 것.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남조선에서 합동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저지시키고 미군기지들을 철폐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핵 6자회담이 진행중임을 의식한 듯 과거와 달리 미국에 대한 자극적인 표현은 하지 않은 채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강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와 관련, 사설에서는 "선군조선의 대외적 권위가 높아지고 우리와 선린우호 관계를 맺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의 북미관계 진전에 우회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설에서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10.4 선언'에 대해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이며 6.15 공동선언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강령"이라고 평가한 뒤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북남관계를 명실공히 우리민족끼리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李당선인측 "정권교체 현실로 인정" = 이 같은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주호영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했던 반한나라당, 반보수 대연합과 같은 비판이 사라진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북한이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현실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측의 유연한 반응에 대해 적극적인 공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북한이 핵 불능화와 성실한 신고를 조속히 이행해 새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또한 분석자료를 통해 "금년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협상 진행 등 안정된 대내외 환경을 배경으로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내세워 경제재건과 인민생활 향상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다만 우선순위에서 지난해와 달리 경제에 앞서 사상, 군사 등을 먼저 언급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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