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처벌하다 국민 다쳐선 안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1.01 12:42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신년 인터뷰]<3>

"우리금융지주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기관이다. 민영화할 때 국민의 통제권이 보장되는 것이 맞다"

국제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반신자유주의' 학자인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경제학부 교수)는 신년을 앞두고 31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우리은행처럼 큰 은행의 경우 과반수의 이사를 공공이사로 임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배 금지) 완화 공약에 대해 장 교수는 "독일과 일본은 금융과 산업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성공한 경우"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하면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장 교수는 "재벌들의 나쁜 짓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다쳐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했다.

그는 "사회가 재벌들의 경영권을 안정시켜주는 대신 재벌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적절한 규제는 받아들이는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

- 이명박 당선인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놨는데.
▶ 나는 출총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 정확한 형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포이즌필(특정주주들에게 언제든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독소조항')과 같은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스웨덴 등 일부 유럽 나라들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시켰고, 독일은 노사 공동결정제를 사용했다. 일본은 우호지분 소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포이즌필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꼭 특정 제도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우리에 맞는 제도를 수입하거나 자체 개발해야 한다.

- 최근 이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뒤 국회에서 '삼성 특검법'이 통과되는 등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 지금 우리나라의 재벌 소유구조는 과거처럼 자본시장이 닫혀 있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제도적으로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외환위기 후 이 제도들이 갑자기 바뀌면서 재벌들이 경영권을 유지, 승계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재벌들의 나쁜 짓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다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차 강조하듯, 사회가 재벌들의 경영권을 안정시켜주는 대신 재벌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서 복지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제대로 지원하며, 적절한 규제는 받아들이는 '대타협'을 해야 한다.

-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 완화 역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이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문제도 걸려있는 터여서 관심이 높은데.
▶ 모든 제도가 그렇듯 금산분리는 꼭 좋은 것도,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영국의 경우 19세기말부터 금융과 산업이 너무 분리되면서 산업자본 조달이 잘 안 돼 문제가 있었던 나라다. 반면 독일이나 일본은 금융과 산업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하면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큰 은행의 경우 과반수의 이사를 공공이사로 임명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같은 경우는 국민의 혈세로 만든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민영화할 때 국민의 통제권이 보장되는 것이 맞다.

어느 제도도 장점만 있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어떤 제도를 택하든 그의 부작용에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