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을 또 내려?" 이통사 발끈

윤미경 송정렬 기자 | 2007.12.31 11:58

인수위 "출범전 휴대폰 요금인하" 발표…이통사 "시장역행"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취임전에 휴대폰 요금을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동통신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인수위는 워크샵을 통해 "당면 최우선 과제는 서민의 어려운 삶을 돌보는 것"이라며 "특히 휴대폰 요금인하는 가급적 빨리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그러나 휴대폰 요금을 인하하겠다고만 발표했지 '어떻게'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각론은 전혀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이동통신업체들은 인수위 의도에 대해 진위파악에 나서는 한편 인수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2개월내 인하...현실성은?

이명박 정부는 새해 2월 25일 출범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불과 2개월도 채 안된다. 이 기간동안 새정부는 휴대폰 요금을 인하할 수 있을까.

인수위 관계자는 "현 정부와 협의해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지난 9월에 이미 '사회적 약자를 위한 휴대폰 요금인하'를 실현한 현 정부가 무리수를 둬가며 요금인하를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을 비롯 KTF, LG텔레콤은 지난 9월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휴대폰 요금인하'를 발표하는데 이어, 자사 가입자간 통화요금을 할인해주는 '망내할인' 요금제도 이미 실시중이다. 뿐만 아니라 새해 1월 1일부터 문자요금도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로 이통사들은 이미 내년 한해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요금을 추가로 내리게 된다면, 해당 회사들은 2008년 한해 매출성장은 커녕 매출감소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이고, 매출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줄일 것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망내할인과 SMS 인하 등을 포함해 내년 매출에서만 6800억원의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이미 망내할인 등을 통해 요금인하를 시행한 마당에 추가적으로 요금인하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복잡한 요금제 어디부터 인하해?

현재 휴대폰 표준요금은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로 구성돼 있다. 음성통화료는 표준요금제인 경우에 10초당 18원일뿐, 선택요금제마다 기본료와 음성통화료가 다르다. 그러나 이통사별 선택요금제는 수십여종에 달한다. 거기에 부가서비스 요금까지 합치면 수백종에 이른다. 3세대(3G) 화상통화료는 또 별도의 요금체계로 구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휴대폰 요금을 굳이 인하한다면, 표준요금제에만 적용되는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를 인하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SK텔레콤의 기본료는 한달에 1만3000원, KTF와 LG텔레콤은 한달 1만2000원이다. 음성통화료는 이통3사 똑같이 10초당 18원이다.


문제는 기본료와 음성통화료 인하를 주도해서 적용한다고 해도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공히 '요금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SK텔레콤의 경우, 22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 가운데 표준요금제에 가입해있는 고객은 500만명밖에 안된다. 전체 가입자의 25% 정도다. KTF와 LG텔레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게다가 얼마전부터 실시한 망내할인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자사 가입자간 통화료의 50%, KTF는 가입회사에 관계없이 30%, LG텔레콤은 월 200분 통화에 한해 자사 가입자간 통화료를 무료로 하는 망내할인제를 여러종 판매중다.

그뿐 아니다. 음성통화료 외에 무선인터넷 요금의 이용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의 무선인터넷 매출비중은 20%가 넘는다. 무선인터넷 요금도 올 1월부터 이미 인하됐고, 다양한 정액상품이 출시돼 있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청소년의 과다사용 등에 대한 장치도 이미 마련돼 있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내리든간에 모든 가입자가 공평하게 인하혜택을 얻을 수 있는 시장상황은 아니다. 또, 해마다 요금인하가 이뤄졌지만 가입자당 월매출평균(ARPU)의 절대비중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요금을 내리는만큼 더 쓰는' 소비심리가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쟁통한 요금인하 정착이 최우선

무엇보다 인수위 차원에서 요금인하를 주도하는 것은 과도한 '관치행정'이란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

정통부에 요금인가를 받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한데, SK텔레콤은 분명 민간기업이다. 그간 정부가 요금인하를 개입할 때마다 일부에선 '적절치 못한 행정지도'라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현재 정통부도 정부 개입없이 요금인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경쟁정책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부가 '휴대폰 요금인하'를 인수위 첫 과제로 들고 나온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규제완화를 표방하는 새정부가 출범초기부터 세금도 아닌 요금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치가 맞지않는다'면서 적잖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11월부터 망내할인이 도입되는 등 통신요금은 매년 인하돼 왔고, 내년 결합서비스 활성화 등로 앞으로도 계속 인하될 것"이라며 "이런 마당에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아닌 인위적인 요금인하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요금도 아닌 이동전화 요금에 계속해서 개입하게 된다면 가까스로 회복하려는 시장기능이 오히려 퇴조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요금경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통신전문가들은 "인수위가 가시적인 실적을 위해 출범전 무리하게 휴대폰 요금인하를 추진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통시장의 시장기능은 회복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차라리 출범후 차근차근 통신시장 경쟁환경을 분석한 다음에 미흡한 경쟁정책을 보완하고, 요금과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