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이 외국기업이었다면?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7.12.31 14:1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8일 전경련을 찾아가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때 인수위 집무실로 경제 단체장들을 불러 모은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장관들까지 1년에 40번씩 수시로 재계 총수들을 '소집'했던 전 정부에서는 생각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당선자는 "앉으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사말도 줄곧 서서 했다. 그는 말을 하기보다 들었고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분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재계 총수들을 북돋웠다. 이 역시 일장연설을 늘어 놓던 전임자와는 달랐다.

이 당선자가 전경련 회관에서 보여준 행동과 말에는 존재 그 자체를 부인당하던 이들 재계 총수들을 '인정'하고 시작하겠다는 의지와 태도가 담겨 있었다. 재계 역시 이 당선자의 지나온 행적을 돌이켜 볼 때 그의 말이 단순히 레토릭이 아닐 것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유달리 재벌로 상징되는 기업인들에 대한 '인정'에 인색했다. 개발독재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쌓은 원죄가 컸던 만큼 '몰인정'의 강도도 강했다. 그렇지만 한국사회는 싫든 좋든 기업인들과 기업들이 이룩한 물적 토대 위에 서 있다.

이 당선자가 호의를 내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새해 벽두부터 재계는 이른바 '삼성 특검'으로 한 해를 열게 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경영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그룹들은 삼성특검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기업인들의 이같은 운명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미국 기업이 아니라서 받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뉴스코퍼레이션의 본사를 호주에서 미국으로 옮겨 가는 세상에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무모함에 대한 징벌처럼 여겨진다.

도덕성을 주특기로 내세웠던 청와대의 일개 비서관이 찬조금을 뜯어내려는 나라에서 기업을 하지 않았다면, 혹은 삼성이 외국기업이었다면, 공장 유치를 위해 대통령과 장관과 지자체장이 거꾸로 삼성에 로비를 해야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새해에는 한국 기업인들과 기업들이 적어도 국내에서만이라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잘한 것에 대한 '칭찬'과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 이전에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인정'에서 일자리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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