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면 몰려다니지 마라"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1.02 11:31

[로버트 실러 교수 인터뷰(하)]현금성 자산·채권 등 대안 찾아야

<(상)에 이어 계속>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연구실에서 만난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

-주택뿐 아니라 유가 급등에 따른 리스크가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집값이 더 떨어집니다. 한편으로는 최대의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1970년대 유가폭등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유가폭등이 원인...지금도 비슷"

-내년 평균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100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요.

제가 유가전망을 하기는 힘들것 같고,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 헤징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매크로마켓)은 유가움직임을 거래대상으로 하는 '오일 증권(Oil Tradeable Shares)'을 미국증권거래소(AMEX:http://www.amex.com)에 상장시켰습니다. 유가 상승위험에 대비한 증권의 티커가 'UCR', 하락대비 증권이 'DCR'입니다.(사이트를 보여주며) UCR이 어제 0.8% 올랐으니 유가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군요.
집값뿐 아니라 기름값도 우리가 생활에서 직면하는 중대한 리스크입니다. UCR과 DCR은 이 위험을 회피할수 있는 상품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유가변동 리스크에 취약한데, 이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상품이군요.

▶특히 한국같은 나라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경제에 큰 부담이 됩니다. 한국같은 경우는 UCR을 활용해야겠죠. 중동 러시아같은 산유국들은 하락위험을 헤징하는 DCR이 필요합니다. 개인들도 마찬가입니다. 이 상품은 만기 20년짜리 증권이므로 석유를 일정한 가격에 장기보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관심들이 많을거 같습니다.

▶주택가격 선물과 마찬가지로 아직 그렇게 활성화는 안돼 있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면 시장모습을 많이 바꿀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회있을때마다 여러나라를 다니며 상품을 알리고 있습니다. 다들 상품구조에 대해서는 공감하는데 석유는 시장논리뿐 아니라 정치적인 변수가 많아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거래에 뛰어드는데는 시간이 걸릴듯합니다.

미국 증시 PER 25...실적이 주가 뒷받침 못해

-교수님은 주식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고 실제로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시죠? 교수님 홈페이지(http://www.econ.yale.edu/~shiller/)에 주식시장 신뢰지수(Stock Market Confidence Indexes)를 올려두셨는데,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예를 들어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에 '폭락(Crash)'이 없을 것이라는 '크래쉬 컨피던스 인덱스'는 올 중반이후 급격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월가 사람들은 올해도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들 말이고 주식시장은 우려할만합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성장세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것인데, 시장을 이끌어왔던 금융업종을 비롯해 기업들의 성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시는군요. 교수님에게는 '비관론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데요.


▶허허, 항상 비관론에 서 있는 건 아닙니다. 80년대에는 매우 공격적인 낙관론자였고, 그때는 미국 주식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했습니다. 1982년 S&P 500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도 PER가 10미만으로 내려간다면 저 역시 긍정론자로 돌아설 것입니다. 현재는 2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 돈도 많이 벌었겠는데요? 개인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신다고 들었는데 한다고 하던데, 투자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80년대에는 진짜 많이 벌었죠(웃음). 지금은 비중을 많이 줄였고, 특히 미국주식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펀드매니저는 아니고, 그들의 능력을 존경합니다. 단지 제가 갖고 있는 원칙이라면 '분산투자(diversification)'입니다. 주식 종목뿐 아니라, 채권 파생상품 등으로 자산 자체를 다변화하는겁니다.

"시야를 한국에서 벗어나 국제적 투자자가 되라"

-오랜 주식투자 경험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아주 오래전에 동네 아이들 축구코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애들에게 늘 하던 말이 "몰려다니지 마라(Don't bunch up!)"입니다. 떼거리에서 벗어나 있으면 자기 앞으로 공이 굴러올 기회가 생깁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디로 가고 뭘 해야 할까요.

▶비법은 있을수 없겠죠. 개인자산의 리스크를 파악해 분산투자하고, 시야를 한국에 두지 말고 국제적 투자자가 되는게 필요할 듯 합니다. 요즘같은 시기에는 현금성 자산을 갖는게 대안이 될수 있습니다. 국채나 MMF의 매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채권은 역사적으로 훌륭한 단기자금 운용대상이 돼 왔는데 일반인들은 이쪽으로 잘 눈을 안돌리죠.


<로버트 실러 교수(61)는 누구>

예일대 교수로서 인간의 비합리적 판단과 행동이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의 세계적인 권위자.
2000년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인터넷거품붕괴와 이로인한 주식시장 폭락가능성을 예견했고, 2006년을 전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주택시장 붕괴를 경고했다.
위험관리와 효율적 투자를 위한 리서치 및 유동화상품 중개회사인 '매크로 마켓'을 직접 설립해 운용하고 있는 현실참여 학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5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과 함께 실러 교수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3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946년 미국 미시간 출생
-미시간대 졸업,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박사
-19882년~현재 미 예일대 경제학 교수
-저서:'새로운 금융질서(The New Financial Order.2003), '비이성적 풍요(Irrational Exuberance, 2000)'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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