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빚지지 말자"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1.01 11:23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지난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때 각오를 다지는 것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기념일' 즐기는 걸 낙으로 사는 미국인들의 새해맞이도 상당히 시끌벅적하다. 12월31일∼1월1일 새벽, 많은 사람들이 1인당 수십달러∼1,2백달러를 아끼지 않고 동네식당이나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며 '새해각오(New Year's resolutions)'를 다진다.

"올해엔 살을 빼자, 적게 먹고 채식하자, 운동하자, 술 끊자, 담배 끊자…"
워낙 많이 먹고 살찌는 사회인지라 예년같으면 건강과 관련된 다짐이 압도적이다.
쉽지 않았던 지난 한 해를 보낸 미국인들이 올해에는 건강보다도 좀 더 무게를 두는게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운영하는 프랭클린 코비사가 지난 연말 1만503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2008년 새해다짐' 설문조사를 했다. 부동의 최강자 '살을 빼자'를 2위로 밀어내고 '빚 갚자, 저축하자'가 1위로 올랐다.(나머지는 운동하기, 정리정돈잘하기, 새기술 배우기, 가족친구와 시간 더 많이 보내기, 덜 일하고 더 놀기, 금주·금연·절식, 직장바꾸기 순이다).
컨트리와이드 뱅크가 미국 전역 성인 1002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새해 반드시 해야할 일로 '재정 관리'를, 57%가 '몸매 만들기'를 꼽았다.

새해다짐을 하는 풍습은 기원전 3000년 바빌론으로까지 거슬러 간다. 당시의 가장 흔한 새해각오가 '빌려온 농기구를 갚자'는 것이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도 '빚갚기'는 '살빼기'보다 윗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한 셈이다.


2007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미국인들이 '빚갚기'를 1위로 꼽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능력도 안되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고 인생을 즐겼다.
수입이나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돈을 빌릴수 있는'닌자(No Income, No Job or Assets) 론'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받을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말을 "'프라임(최상)'은 못된다(서브)"고 둘러댄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부실이 결국은 터지고야 말았다. 200만가구에 가까운 집들이 차압당했고, 120만가구가 정부의 대출금리 조정으로 겨우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주택뿐 아니라 신용카드 자동차대출 연체도 급증하고 있다.

일상속에서 마주치는 미국인들을 보며 평소에도 '널럴하게 일하고, 많이들 쓰고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축통화를 찍어내고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덕에 더 편하게 살아온 미국이 언제까지 허리띠를 탁 풀고 살수는 없는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긴 하다.

이쯤해서 '빚지지 말라'는 새해각오를 미국인들만 해야 할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행한 것보다 더 누리고 사는 생활, 시쳇말로 '오버'하는 삶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지난해 5월 워런 버핏은 벅셔헤더웨이 주총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묻는 소녀에게 '빚지지 말라'고 일갈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말은 미국뿐 아니라 모든 세상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였다.

'빚'이라는게 꼭 물질만 해당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으로 남 괴롭히는 것, 허튼 말로 공수표 남발하는 허세, 남에게 신세지는 일...모두가 자신을 옭아매는,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 할 '빚'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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