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 IT부처 '사라진다고?'

윤미경 기자 | 2007.12.31 07:44

IT는 미래 국가발전전략의 중추..총괄부처 존속시켜야

"앞으로 정보통신부는 어떻게 될 것같습니까?"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가 정부조직개편안을 1월 중순까지 앞당겨 마무리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보통신부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탓이다.

사실 정통부는 오래전부터 '조직 해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온 상태다. 정통부와 방송위를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간지 오래고, 내년 2월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정통부' 조직은 어차피 공중분해될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 안팎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정부조직개편 시나리오들이 하나같이 'IT산업'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에서 '정보통신정책본부'를 신설해 흡수하는 방안이 있는가 하면, IT를 담당할 부처가 아예 없는 시나리오도 있다.

지난 10여년동안 우리나라 IT산업은 전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유선망과 무선망을 깔아놓은 덕분에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은 전국민의 80%에 이르는 이용률을 자랑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1997년말 외환위기 직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시켜준 것도 IT산업이었다.

그물같은 통신 인프라는 PC와 휴대폰 소비를 촉진시키며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같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 시장을 새로 창출했다. 1998년 초고속인터넷이 본격 보급되면서 820만대에 머물던 PC보급대수는 2000년에 2배 이상인 1800만대로 늘었을 정도다. 2001년 PC방이 2만개로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PC방 증가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불과 2~3년새 2배 이상 키웠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IT는 이제 산업간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유선과 무선의 영역이 사라지고,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도 IT가 가져온 변화다.

이런 변화는 비단 산업적 차원에 머물지도 않는다. 정치와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 역시 선거기간동안 정당의 홈페이지와 자신의 홈페이지를 적절히 이용해 유권자와 호흡하는 선거전략을 짠 것도 '네티즌'의 힘을 의식한 때문이다.


이처럼 IT는 지난 10여년동안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진입했고, 국가는 정보사회에 걸맞는 사회적 틀을 마련해야 할 때다. 산업사회는 '양적 팽창'이 중요했다면, 정보사회는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앞으로 미디어산업과 문화산업, 디지털산업,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필요없는 것일까.

1994년 정통부가 발족한 이래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은 IT인프라 구축과 산업진흥이었다. 국산 주전산기 개발이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같은 이동전화 기술방식을 고집스럽게 개발하지 않고, 그냥 시장기능에 맡겼다면 현재와 같은 IT강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경쟁'과 '규제' 정책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 것도 정통부의 빼놓을 수 없는 역할 중 하나였다.

어쩌면 IT산업 진흥 차원에서 '정통부'는 그 수명을 다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IT가 가져다줄 사회혁명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급격한 변화로 부조화된 사회를 어떤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IT로 인한 산업간 융합을 어떻게 차세대 '먹거리'로 개발할 것인지에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력정책도 유연해져야 일자리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연금, 보험, 실업급여가 직장에 붙어다니는 대신 노동자에 붙어다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자부의 한 파트에서 이 모든 영역을 고민하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합의제 방식의 '방통위원회'에서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IT가 미래 국가발전전략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만큼, 반드시 이를 총괄하는 부처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정보미디어부'가 됐건, '전략위원회'가 됐건 명칭은 별로 중요치 않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사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정부조직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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