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너무 올라 조심스럽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8.01.01 13:30

[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5>아그마엘 EMM 회장 인터뷰(하)

"한국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2개 지역 중 하나지만 지금은 다소 조심스럽다. 다른 이머징마켓도 마찬가지지만 지난 한 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이 때문에 몇몇 주식은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앙트완 반 아그마엘 EMM(Emerging Market Management)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아그마엘 회장은 1987년에 이머징마켓 전문 투자자문사 EMM을 설립, 현재 약 22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아그마엘 회장은 1981년에 사모펀드 '이머징마켓 성장펀드'를 출시하면서 잠재력 넘치는 개발도상국을 가리키는 '이머징마켓'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그마엘 회장은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 둔화는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한국 증권 중개인과 일부 펀드들의 단기 지향적 투자 활동도 우리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금과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아그마엘 회장은 삼성그룹에 대한 애정 섞인 비판도 내놓았다. 그는 "솔직히 최근에 불거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깊이 실망했다"며 "최근 몇 년간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그러한 단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컸다"고 밝혔다.

아그마엘 회장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업지배구조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삼성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나는 어떤 기업이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면 세계 최고 기업의 자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전반적인 기업의 수준을 봤을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되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해소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없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며 "어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가장 뛰어나고 가장 유망한 부분이 과도하게 관료적으로 변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순환적인 사업이라 경기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평판 스크린 사업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매출액(특히 미국에서의 매출액)이 실망스러운 것으로 드러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금은 비록 따라잡았지만 중국과 인도산 저가 휴대폰 모델의 급격한 성장세를 따라잡는데 늦었으며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에서는 LG전자에 뒤진다"고 설명했다.

아그마엘 회장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미래의 강한 성장세를 보장해줄 수 있는 새로운 핵심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머징마켓 시대'란 책에 이머징마켓 25개 글로벌 기업을 소개할 때 삼성전자를 가장 앞에 내세웠다"며 "삼성전자야말로 이머징마켓의 최고 브랜드이고 진정으로 세계 최고의 이머징마켓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뛰어나고 과감한 전략적 움직임, 가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능력, 전세계에 구축한 입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끊임없는 상품 혁신, 기술력에서의 리더십, 잘 고안된 브랜드 전략 등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모든 이머징마켓 다국적 기업 중 가장 앞에 내세울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 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M&A에 소극적인데 대해서는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M&A는 확실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이 성장할수록 M&A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추세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유행이든 따라야 할 이유가 분명할 때만 따르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나는 값싼 노동력을 가진 중국과 첨단 기술을 가진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 기업들이 혁신과 창의성, 인력구조의 세계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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