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사다리 대신 '원탁형사회'로"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01.02 11:29

[쿨머니, 행복공식 다시 쓰기]<1-2>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행복경제론

"원래 돈이란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봉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사람들은 돈에 얽매이고 있습니다. 삶의 기쁨과 행복에 기여하지 못하는 돈은 철저히 '미친 것'입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사진)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돈 중심의 사회 패러다임에 있다고 본다. 수백년간 굳어진 자본주의 삶의 양식이 내면화되고 가정, 학교, 사회교육을 통해 사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사다리'에 대한 환상도 작용한다. 강 교수는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사다리 질서'의 자본사회에서 끝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소수"라며 "소수의 성공자에 대한 동경심과 동일시가 모두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환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환상은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 때문에 나타납니다. ‘IMF 사태’ 때처럼 나라가 망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불황이나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 일자리를 잃는 데 대한 두려움, 내 소득이 없어졌을 때 내 가족이 겪을 고초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들이 마음 깊이 똬리를 틀고 '사다리 질서'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강 교수는 이러한 환상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석유 등 자연 자원이 물리적으로 고갈을 앞두고 있다. '20 대 80'의 사다리형 사회는 인간 노동력의 실현 공간인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다 함께 행복한 경제는 불가능할까? 강 교수는 "권력과 돈벌이를 위한 사다리 질서를 사람 냄새 나는 원탁형 질서로 바꾸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원탁형 질서란, 성적(혹은 능력) 중심으로 상중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개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고르게 대우를 하는 것을 뜻한다.


원탁형 질서를 만드는 길은 여러갈래다. 개성을 존중하는 대안교육부터 협동조합 등 연대활동, 공동체의 신뢰에 기반한 화폐까지 수많은 시도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윤구병씨가 이끄는 변산공동체, 허병섭씨가 이끄는 무주공동체, 대안적 교육공동체인 간디학교와 지역통화를 운영하는 대전의 '한밭레츠'가 원탁형 질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강 교수는 여기에서 희망을 본다.

"인간은 자본 없이도 수만 년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인간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어요. 인간들은 자본 없어도 95% 이상의 역사를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 교수 자신도 2005년부터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겸임하면서 마을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그와 주민들은 현재 신안1리 고층아파트 건설에 반대해 당초 계획대로 '대학문화촌'을 만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지은책으로는 '일중독 벗어나기'와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나로부터 교육혁명', 번역한 책으로는 '세계화의 덫'과 '광고 이야기'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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