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온난화 '발등의 불'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7.12.31 07:54

[돌아본 2007 기후이슈]기후가 기업을 바꾼다

↑지난 3~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장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시위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2007년 한 해 '기후변화' 이슈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름에 열대지방의 스콜과 비슷한 소나기가 내리고, 겨울이 봄처럼 따듯한 이상난동이 지속되는 등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지난 15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한 '발리로드맵'에 따라,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압력에 직면했다. 기후가 기업 경쟁력은 물론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을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뉴스는 급증했다. 3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기후변화'를 다룬 보도의 수는 9420여 건으로, 1997년 1월1일부터 2006년 12월31일까지 누적 건수 7940여건 보다 1500건 더 많았다.

'지구온난화'를 주제어로 입력했을 때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올 한 해 '지구온난화'로 검색된 뉴스의 수는 1만315건으로, 2007년 이전 10년간 누적된 뉴스 건수 8199건보다 2000여건 이상 더 많았다.

관련 서적 역시 속속 출간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출간된 온난화 관련 신간 서적은 총 44건으로, 2003년 이전에 출간 건수인 26건보다 1.7배 더 많았다.

판매량도 늘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다룬 서적은 올 한 해에만 3100여권이 팔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판매량 3200여권과 맞먹는 수치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환경부가 실시한 '기후변화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의 대다수인 97%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기후변화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도 93%에 달했다.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84%에 이르렀다. 정부·기업·개인 등 주체를 막론하고 '신재생에너지나 온실가스 배출저감 기술 개발' '도시교통의 친환경적 설계'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지난 10월말, 전북 부안에 가을 상징인
억새와 봄의 전령인 개나리가 함께
피었다. ⓒ김인택
◇무슨 일이 있었길래?=한반도가 기후변화 영향대에 들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징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80년간 봄의 전령인 개나리와 진달래 개화일수는 20일 정도 앞당겨졌다. 사과 재배지역이 대구·경북을 넘어 강원도 영월과 양구로 옮겨간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제주도 특산물이었던 한라봉은 경남 거제에서도 해마다 열매가 노랗게 영글고 있다. 활엽수림의 식생대가 매년 5km씩 북쪽으로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국민 생선'으로 사랑받던 한류성 어종 명태는 이제 동해안에서 거의 씨가 말라, 대부분을 러시아 근해에서 들여오는 형편이다.


살을 에듯 추운 겨울도 추억 속으로 묻혀져 간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지난 1940년대만 하더라도 일년 중 69일 동안 얼어붙었다. 그러나 요즘은 채 10일도 얼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에는 한반도의 기온 상승이 한몫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7월 실시한 '30년간 한반도 기온·강수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77~2006년간 한반도 기온은 0.7도 올랐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측정한 전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과거 100년간 0.74도)보다도 3배 가량 빠른 속도다.

특히 겨울이 눈에 띄게 따뜻해졌다. 12월에서 이듬해 2월의 평균기온은 1977~1986년 10년간 영하 0.2도였던 반면 1997~2006년엔 무려 1.4도가 높아진 영상 1.2도를 기록했다. 봄·여름·가을도 각각 0.1~0.6도 상승했다.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11개 연도가 1995~2006년까지 12년 동안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국무조정실 기후변화대책기획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태풍과 집중호우·대설 등 기상이변은 강도가 더욱 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계절변화 추세도 21세기 중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시민 참여가 필수=한편 2005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100만톤으로 지난 1990년 배출량 2억9700만톤보다 9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12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비교 대상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한정 짓는다면 우리나라의 증가율은 단연 1위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 기간 5.28톤에서 12.28톤으로 132% 늘었다. 인구 증가율(12%)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 15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한 '발리로드맵'에 따라, 그간 감축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한국도 2013년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규제는 이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2012년부터 EU에 판매되는 신차가 1km 주행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130g을 초과되면 1g당 최고 95유로(약13만원)를 벌금으로 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 차량의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67g/km임을 고려하면, 1대를 EU에 판매할 때마다 약 480만원을 벌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이처럼 강화되는 온실가스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찬우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산업화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1970~1990년대에 주요 설비를 갖춰 에너지 효율은 일본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5년 대비 5% 줄이게 될 경우 최소 매년 7조68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경영 자문사인 에코프론티어의 임대웅 경영기획실장은 "우리나라 발전·철강업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만 해도 2억톤 정도로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 정도를 차지한다"며 "온실가스 규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무게축을 옮기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압박이 산업계에만 가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일본은 1990~2005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19.8%로, 같은 기간 한국 증가율의 약 1/10에 불과하다. 역시 제조업 중심의 독일은 되레 15%나 줄었다.

같은 산업구조임에도 이같은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뭘까? 환경운동연합의 안준관 에너지기후팀장은 "일본과 독일이 '지구온난화법'을 제정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의 참여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 참여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은 요원한 목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발전·산업이 65.4%였으며 가정·수송 부문이 30.8%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냉난방 체계와 교통 인프라 등 부문의 개선으로 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