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발 떨리면 중풍 아닌 파킨슨병 의심

김종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 2007.12.28 12:28

[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올해 73세이신 박인손(가명) 할머니는 앉아계실 때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걸을 때도 왠지 힘이 없고 하여 병원에 오셨다. 다리 떨림 현상은 2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나 가족들이 병원에 가보자고 권해도 할머니께서 “요즘 기력이 떨어지고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방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서너 달 전부터는 손까지 떨리기 시작하고 걸을 때 힘이 없고 자세도 구부정해져서야 병원을 찾았다. 박 할머니가 제일 두려워하시는 것은 바로 중풍. 친정 부모님이 모두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나도 중풍이구나, 중풍은 못 고치는 병인데…’ 하고 혼자서 속으로만 꿍꿍 앓고 계셨던 것이다.  

박 할머니를 진찰했을 때 진전증(손발 떨림), 서동증(둔한 움직임), 근육의 강직과 같은 파킨슨증세가 있었으며 그동안의 병의 진행 상태, 뇌 MRI 촬영 소견과 도파민수용체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파킨슨병으로 진단하였다. 항파킨슨제제를 투여하였고 적극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도 병행하도록 권하였다. 한 달 후부터 증세가 뚜렷이 좋아지면서 덜덜덜 떨리는 다리 때문에 더 이상 창피하지도 않게 되고 자세가 좋아지면서 예전처럼 성큼성큼 걸어다니게 되었다. 박 할머니는 중풍으로 지레 짐작하고 마음고생 했던 지난 2년 동안이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느껴진다.

파킨슨병은?
 
1817년에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 런던 근교의 개업의사께서 몸이 떨리고 굳어지며 움직임이 느린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들을 자세히 기록하여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이러한 질환이 뇌에서 비롯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후 학자들이 그 의사의 이름을 따라 이러한 질환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파킨슨병은 흔히 주위 사람들로부터 '행동이 굼뜨다', '느리다', '멍청하다', '힘이 없다' 등의 지적을 받게 된다. 어깨나 등이 짓눌리면서 아프고, 온몸이 굳어 불쾌감이나 통증이 잘 일어나며,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실수로 자꾸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초기에는 단지 쉽게 피곤해하거나, 움직임이 둔하며, 간혹 수전증이 일어나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1960년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에서, 특히 흑질 부위와 선조체 부위에서 '도파민(dopamine)'이란 물질이 감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질병에 대한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결국 이 부족한 물질을 보충함으로써 증세가 호전되고, 이를 위한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파킨슨병과 구별해야 할 질환들은
 
파킨슨병 이외에 뇌의 이상에 의해 행동이 느려지거나, 몸이 굳거나, 손이 떨리는 병이 많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지만 엄밀하게는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세밀한 진찰에 의하여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든다면, 본태성 진전이라고 본래 손을 떠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파킨슨병처럼 몸이 굳어지거나 느려지지 않는다. 뇌졸중이 생겨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박 할머니처럼 아직도 많은 분들이 파킨슨병임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혹은 중풍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한다. 불안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긴장된 모습, 그리고 관절이 아파서 서서히 걷는 행동이 파킨슨병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왜 파킨슨병인가?
 
파킨슨병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병률이 증가한다. 20세 이하의 젊은 시기부터 80세 이상까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노인 인구에서 많이 발생하며, 노년에 가장 흔한 만성퇴행성뇌질환 중 하나이다. 국내의 파킨슨병 환자는 약 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어떻게 되는가?
 
파킨슨병은 과거에는 발병 5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정도가 25%에 달하는 무서운 병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치료법 및 치료제의 개발로 증상을 경감시키고 운동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감소시켜, 현재는 정상인의 평균 수명과 차이가 없으며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치료 요령
 
빠른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

- 약물 복용 시간을 잘 지킨다.

- 약물의 부작용을 의사와 긴밀히 상의한다.
-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운동과 건강 상태를 잘 유지한다.
-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세심한 계획을 세운다.
- 운동 장애가 심한 경우는 반드시 보호자의 도움을 받는다.
- 담당의사가 허락하지 않은 약이나 치료는 절대 삼가야 한다.
- 이상과 같은 원칙을 고려하면서 전문의와 함께 치료 계획을 세운다.
- 변비, 배뇨장애, 불면증, 우울증 및 환각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할 경우에는 더욱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
 
파킨슨병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정신적 불안정성, 우울증 혹은 불면증과 같은 괴로움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약물요법 이외에도 환자의 계획성 있는 생활태도가 필수적이다.

-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계속한다.
- 환경을 알맞게 조절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 편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한다.
- 운동의 종류를 선택하고 꾸준히 시행한다. 특별한 취미가 없다면 산보부터 시작하라.
- 움직임의 시작이 어려운 경우에 도움이 되는 요령이 있으므로 주치의에게 지도를 받자.
- 집안에서 움직임이 어렵다면 의자나 소파, 잠자리 혹은 식당 등을 개선시켜 보자.
- 여가 생활을 찾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 취미가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찾아본다.

◆ 약 력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조교수
- 서울대학교 의대 졸업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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