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008-③]애그플레이션 비상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8.01.01 10:59
애그플레이션이 2008년 세계 경제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

농산물 값 급등은 식료품 값 급등으로 이어져 전세계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세계 경제의 5대 위험요소의 하나로 애그리플레이션을 꼽기도 했다.

◇ '비상' 걸린 전세계 물가

고유가와 더불어 식료품 값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8% 상승, 전문가 예상치 0.6%와 전월 0.3%를 모두 웃돌았다. 13개 유로존 국가의 CPI 역시 전년동기 2.6%에서 3.1%로 올라 6년래 최고로 급등했다.

중국 물가는 11년래 최고로 치솟았다. 11월 CPI는 6.9% 뛰어 8월 이후 4개월 연속 6%를 넘었다. 같은 달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18.2%에 달했고, 특히 육류가 1년 만에 38.8% 급등하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중국에서는 식료품 인플레 때문에 3명이 죽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충칭의 대형 상점에서 열린 식용유 할인행사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3명이 압사하고 31명이 다쳤다.

◇ 농산물 값, 왜 오르나

밀·쌀·옥수수·쌀 등 국제 농산물 가격은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11월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밀은 전일대비 4% 상승한 부셸당 9.795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쌀도 100파운드당 13.310달러로 올라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콩은 11.6달러로 뛰어 34년래 최고로 급등했다.


이를 두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0년간 지속된 '값싼 농산물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고 진단했고 유엔식량농업기구(UNFA)의 자크 디우프 사무총장은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악"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곡물 값이 뛰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 폭증이다.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곡물 수요가 크게 뛰어 수급불안을 유발했다.

또 다른 원인은 바이오 연료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 개발 붐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옥수수 등을 대체 연료 개발에 쏟아 부으면서 사람이나 동물의 먹거리로 쓰여야 할 곡물이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옥수수 대신 건포도나 초코칩, 말린 과일 같은 사람들의 간식을 돼지 사료로 쓰는 돼지 사육 농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도 문제다.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농지가 줄어 생산량이 예전에 못 미치고 있다. 그 결과 밀 주요 수출국인 호주의 밀 생산량은 2006년 2540만톤에서 2007년 990만톤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 "애그플레이션, 향후 10년 지속될 수도"

애그플레이션은 특히 신용경색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때에 금리 인하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올해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 전망 2007~2016'에서 애그플레이션이 향후 10년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흥 시장의 수요 급증, 바이오 연료 개발 붐 등의 구조적 요인들이 단칼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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