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7년을 되돌아보며…

이건희 외부필자 | 2007.12.26 12:00

이건희의 행복투자

2007년 하반기 말을 향해가면서 증권시장의 급등락이 심하게 나타나는 조정이 나타나서 투자자들을 힘들게 하였지만 연간단위로는 12월21일까지 약 30%에 달하는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2003년부터 5년 동안의 연속상승 기록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기간의 수익률을 쫓아서 투자하는 것보다는 길게 바라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결과를 가져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총체적인 성과에서는 이러한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돌이켜볼 의미가 있는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1) 서비프라임 사태

미국에서 출발된 서브프라임 사태가 8월과 11월에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및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충격적인 단기하락을 야기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1700 전후로까지 급락하였던 지난 8월21일에 필자가 머니투데이에 올렸던 “서브프라임 사태는 조정이자 기회”라는 글에서도 견해를 밝혔듯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성이 받쳐주는 대세상승기의 기조를 바꾸어 놓기는 힘들 것입니다. 앞서의 글에서도 다음과 같이 서술한바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과잉 유동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주는 계기가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성장 국면에서 유동성이 서서히 조절되어진다면 대세상승이 아주 길게 이어지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폭등과 폭락 시기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주식시장에 들어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 단기 사이클마다 뒷북치면서 장기 사이클의 수익률을 놓치기 쉽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성이 받쳐주는 대세상승기에는 대폭락시에 위기가 아닌 기회임을 인식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구입시의 대출규제가 강화된 것을 비난하는 언론의 논조가 많았고 대출을 많이 받아서 아파트를 구입하기 힘들어진 것을 불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대출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금융시장 위험관리에는 도움이 되어서 그나마 다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상승기에는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구입한 사람이 레버리지 효과가 커서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주택시장 조정기에는 대출 비중이 높으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주식시장은 상승기의 상승률만이 아니라 하락조정기의 하락률 또한 크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장기적으로는 안정성이 높은 투자대상이라고 여기더라도 재무적인 상태와 자산의 현황에 비하여 대출에 무리한 부분이 있으면 위험한 투자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주택시장 조정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장기적인 상승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조정기를 버텨나가기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지난 수년간 크게 올랐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주택가격 수준까지는 아니었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견딜만한 정도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몰라도 어느 정도의 조정에서는 증권시장에 내부적인 큰 충격이 오지는 않으리라는 점이 다행인 것입니다.

◆(2) 대형주 내에서도 주가 차별화

종합주가지수는 30%나 오르면서도 대형주 내에서도 주가차별화 현상이 심했습니다. 작년 말 대비 12월21일 종가의 주가변화율을 보면, 실적이 대폭 호전된 업종인 조선업의 현대중공업은 234.9%나 오르면서 시가 총액 3위로 부상하였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이면서 지난 수년 동안 시장의 상승을 선도해왔던 삼성전자는 오히려 8.6%나 하락하였습니다. 반도체업으로만 영업이익을 내야하는 하이닉스는 더욱 큰 하락률로서 32.2%나 하락하여서 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하였던 투자자라면 대세상승과는 무관하게 큰 손실이 불가피 하였습니다.

같은 IT업종 중에서도 반도체업계와는 달리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LCD업계의 LG필립스LCD는 65.1% 올랐습니다. 이 회사의 지분을 37.9%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인 LG전자도 지분법이익의 대폭 증가와 더불어 순이익이 대폭 증가하여서 87.3%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내었습니다.

중국의 성장과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힘입어서 실적이 대폭 좋아진 소재업종들도 많이 올랐습니다. POSCO는 82.5% 올랐고 LG화학은 116.9%나 올랐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과 POSCO의 주가상승으로 인하여 시가총액 1위와 2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고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되어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하락해도 다른 중대형주가 받쳐주면서 시장은 견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KT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주들은 횡보에 가까운 박스권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연말을 향해가면서 시장이 크게 하락조정하는 시기에 오히려 크게 올랐습니다. 수년 동안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함에 따라서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저평가 되어있는 상태로 머물다가 방송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가치를 찾아가면서 시장을 견인해갈 종목이 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은행들이 나타난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주는 성장정체와 수익성 악화요인들로 인하여 주가가 부진하였고 대장주인 국민은행은 6.7% 하락하였습니다. 지주회사로서 은행이외에 신용카드, 증권회사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이루어진 신한지주는 상대적으로 나아서 16.4%의 상승을 하였습니다.

한편, 부산은행은 조선업 호황에 후광을 입고 실적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음으로써 38.8% 상승하였습니다. 건설업종은 56.4%나 오르면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크게 초과하였고 대림산업처럼 실적이 대폭 증가한 회사는 119.7%나 올랐습니다.
국내 건설경기는 다소 주춤해지면서도 해외에서는 각종 자원과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국가들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수주 모멘텀이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관련 건설회사들의 실적호전 및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대부분은 실적 변화에 의해서 야기되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조정만 이어가거나 심지어 하락하는 종목들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무조건 주식투자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3) 외국인의 지속적인 대량 매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올해에도 지속되었습니다. 2006년에 연간 총 11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하였던 외국인은 올해에는 12월21일까지 27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함으로써 매도공세가 더욱 강화된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나 주식시장이 올랐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내부적인 체력이 좋아졌다는 뜻이며 외국인 매매에 의해서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천수답 장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입니다. 펀드 시장의 대폭 성장, 연기금의 증권투자 강화, 현금유보율이 높아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투자의 대상을 부동산시장으로부터 증권시장으로 눈을 넓혀가는 세대의 성장 등이 내부적인 수급을 좋게 만들어온 복합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시도가 올해로써 3번째였는데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불발로 끝나서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길게 보면 더 나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금은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않아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좀더 오랫동안 꾸준히 오르기 위해서는 올해 편입되는 것보다는 좀더 늦게 편입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빨리 가파르게 많이 오르면 그 다음해에는 크게 조정을 받아야할만큼 부담감이 커집니다.

투자의 세계에는 다양한 유형의 투자 주체자들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가의 시장을 선호하는 투자주체자들도 있고, 이머징마켓이면서 성장성이 계속 이어질만한 국가에 들어오는 투자주체자들도 있고, 시장이 크게 올라서 시가총액도 더 커지고 안정된 상승이 유지된 다음에 선진국형 시장의 투자를 겨냥하면서 들어오는 투자주체자들도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자금들은 우리나라에서 이익실현을 하면서 떠나가더라도 우리나라가 훗날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다음에는 새로운 투자주체자들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올해도 불발로 끝났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조건이 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 충족이 되어가기 때문에 편입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외국인의 지속매도를 압도하면서 개인, 기관, 법인, 연기금 등 내국인의 힘으로 시장이 더 오른 다음에, 훗날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이 되고 내국인의 뒤를 받쳐주면서 선진국형 투자를 하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4) 글로벌 시장의 동반 상승

올해에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대체적으로 동반 상승하였습니다. 이런 것도 우리나라 시장이 오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전체적으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합니다.

연간 단위로는 크게 올랐어도 세부적인 구간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5월29일~6월4일에 단기간에 중국시장이 급락하면서 15.3%나 하락하였는데, 같은 기간에 러시아시장은 5.1% 상승하였습니다. 반면에 7월23일~8월16일에 러시아시장이 13.0% 하락하면서 반대로 중국시장은 13.1% 올랐습니다.

이와 같이 길게 바라보면 동반상승이지만 구간별로는 상승과 하락이 서로 엇갈리는 시장이 나타나곤 합니다. 미국, 영국, 일본, 우리나라, 대만,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10월에 단기 고점을 만들고 11월, 12월에 하락 조정구간을 이어가고 있지만 브릭스 국가 중에서 중국을 제외한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12월에도 고점을 돌파하면서 지속 상승하였습니다.

한 국가 안에서 투자를 할 때에도 나무에 해당하는 종목을 보기 전에 숲에 해당하는 시장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듯이, 글로벌 시장 안에서도 나무에 해당하는 특정 국가의 시장을 보기 전에 숲에 해당하는 전체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우려감이 가끔 시장을 억누르면서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에 대부분 국가들의 증시는 장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상승과 하락의 현상이 엇갈리면서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시장 움직임에서도 흔히 해외시장과의 연동성에 많이 관심을 가집니다. 이때 단기간의 주가움직임만을 보면서 “커플링이다,” “디커플링다”를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기간에 디커플링이 가끔 나타면서 장기적으로는 커플링으로 오르는 것이 대세상승이 오래 지속되는데 유리한 모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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