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팔아 3년째 기부' 원성남 할머니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7.12.23 11:02
↑원성남 할머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남편 여의고 홀몸으로 두 아이 키우느라 사는 게 힘들었지. 그때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밀가루도 주고, 명절이면 연탄값과 양말도 줬어요. 그게 고마워서 나도 되돌려주고 싶었어."

폐품을 모아 3년째 기부하는 할머니가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1동에 사는 원성남씨(68, 주부)가 그 주인공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3일, 원씨를 ‘희망2008나눔캠페인- 62일의 나눔릴레이’ 22호 행복나누미로 선정했다. ‘62일의 나눔릴레이’는 12월1일부터 2008년 1월31일까지 매일 한 사람씩 ‘행복나누미’로 선정하는 캠페인이다.

원씨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회에 총 200만원을 기탁했다. 2005년에 60만원, 지난해와 올해엔 각 70만원씩 전달했다.

다른 이들한테 버림 받은 신문지, 유리병, 생활물품들은 원씨의 손을 거치면 '사랑의 선물'로 재탄생했다. 그는 며칠 동안 폐지를 팔아 2만원이 모이면 은행에 가서 적금처럼 입금해 돈을 모았다.

"돈을 얼른 갖다 넣으면 이자가 더 많이 붙을 줄 알았지. 그런데 찾을 때 보니 1만원 정도 붙었더라고, 그래서 은행 직원한테 좋은 일에 쓸 건데 이자 좀 많이 달라고 했더니 은행 직원이 난감해하더라고."


공동모금회 기부 이전에도 그는 아는 절을 통해 조손가정에 월 20만원씩 생계비를 후원했다. 또, 전주의 남학생 1명과 결연해 중고등학교 6년여간 월 4만원씩 지원하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들이랑 50벌의 스웨터를 짜서 독거노인들한테 전달한 적이 있어. 다음날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직접 키우신 채소로 밥을 차려 주시는 거야. 그때 먹은 밥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처음에 그는 폐품 팔아 사는 친구를 도우려고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았다. 친구의 사정이 바뀌어 폐품을 전해주지 못하게 되자, 그는 폐품 수익금으로 기부를 시작했던 것이다.

요새 그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가족과 동네사람들이다. 원씨의 가족들은 주변에서 신문을 모아온다. 윗집 꼬마는 원씨가 폐품을 옮기면 들어주겠다고 나선다. 동네사람들은 책과 박스를 일부러 내논다. 원씨는 "좋은 일은 내가 하고 이웃들이 고생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작은 거, 큰 거는 중요하지 않아. 마음만 있으면 도울 수 있고, 도우면 나도 즐거워지지."

원씨는 남편이 1966년 사망한 후 국가원호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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