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오르나.."연내 970원" 전망도

더벨 이승우 기자, 이윤정 기자 | 2007.12.21 16:30

아시아 통화 절하 압력+글로벌 달러 가치 반등

이 기사는 12월21일(14:2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5년 새해 첫날 1000원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드디어 800원대까지 추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드디어 본격 반등에 나선 것일까. 아니면 수급 구도의 일시적 불균형에 의한 이상 현상일까.

2007년 연말 원/달러 환율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950원 턱밑까지 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국내 수급 구도의 변화, 환율 기대 심리 변화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불안한 시장, 원화는 일단 팔자

환율 상승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상대적인 위험자산(원화 포함)에 투자됐던 자금을 회수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로 인해 달러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아시아 통화 전체적인 절하압력(환율 상승)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 동향)


원화 표시 주식 팔자세는 두드러졌다. 증권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과 외국법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5조311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300억달러에 이르는 금액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크게 부각됐던 8월 8조69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11월 들어서도 6조7406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2조1568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고 있다.

여기서 엔/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즉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의 가늠자 역할을 했다. 국내 주식 시장 역시 엔화 움직임에 연동되며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글로벌 달러 가치의 반등

끊임없이 하락하던 글로벌 달러화 가치의 반등도 주목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또 실제로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원화 절하 압력을 주고 있다.

(▲달러인덱스, 출처=국제금융센터)

글로벌 달러 가치의 지표로 사용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월26일 74.86까지 떨어진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유럽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각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협력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미국 성장률을 2.2%, 내년 2.0%로 전망했다. 반면 유로는 올해 2.6%에서 내년 1.9%로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지역은 그동안의 금리인상과 유로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당국과 시장 인식 일치 '주목'

서울외환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외환당국과 시장간의 인식이 오랜만에 일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바닥을 쳤고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형식적인 말만을 반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이같은 말에 시장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과거 몇 년동안의 원화 절상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심리가 바뀌고 있다"며 "이제는 환율 방향에 대한 기대 심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수급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업체뿐 아니라 수입업체들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결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실례로 전날 9억달러 수준의 LNG선 수주를 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환율 상승 기미를 감지했는지 하루만에 물량 처리를 다하지 않고 선물환 매도 헤지를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계 은행 한 외환딜러는 "그동안 환율 상승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쪽이 많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환율 하락 심리에 대한 반발 심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연내 970원까지도 생각해볼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투자에 공격적인 해외 IB들이 연말을 맞아 휴가 시즌이라는 점, 즉 서울 외환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아 시즌 효과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환율 상승은 얕은 장에서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현재 외국계 은행들은 다 휴가를 가고 로컬(국내은행)들만 남아서 시장을 움직이는 얕은 장이어서 최근 환율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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