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 아시아서 자금조달 봇물

박성희 기자  | 2007.12.21 13:58

본사를 베이징이나 두바이로 옮겨야 할판

전일 모간스탠리가 중국 국부펀드로부터 50억 달러의 수혈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메릴린치도 서브프라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메릴린치가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으로부터 50억달러 상당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테마섹과 메릴린치가 진전된 수준의 협상을 하고 있으며, 테마섹 이사회는 이미 메릴린치 투자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투자금액과 시기,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선 추후 협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의 4분기 서브프라임 손실 관련 상각액이 8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등 메릴린치는 자금 수혈이 시급한 형편이다.

전일 창사 이래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한 모간스탠리도 중국 국부펀드에 지분 9.9%를 매각해 5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의 선택은 중국 자본의 미국 금융권 진입이 본격화된 신호로 받아들여져 경계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국부펀드는 지난 7월에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부펀드를 포함해 올 들어 중국 자본의 해외 금융 기업 지분 인수액은 모두 21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모간스탠리의 지분을 인수하기 앞서 지난 7월 월가 최고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 10%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공상은행(ICBC)은 지난 10월 아프리카 최대은행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다드뱅크 지분 20%를 56억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개발은행은 지난 7월 영국 최대 투자저축은행인 바클레이에 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7%를 인수했다.

앞서 중동의 자금도 잇따라 월가에 유입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지난달 씨티그룹의 지분 4.9%를 75억달러에 인수했고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 10일 UBS 지분의 9%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110억스위스프랑에 매입키로 했다.

단 한달 동안 씨티와 UBS, 모간스탠리 등 내로라 하는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월가의 많은 은행들이 본사를 베이징이나 두바이로 옮겨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강타한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신용경색으로 앵글로 색슨식의 금융 자본주의 모델은 신뢰를 잃었고 뉴욕과 런던의 금융시장 심장부에는 패거리 자본주의와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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