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오라클이 악재 막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2.21 06:21

오라클 실적 호전, 기술주에 대한 낙관론 키워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호·악재가 서로 자웅을 겨룬 끝에 결국 상승세로 마감했다. 오라클의 실적을 계기로 전반적인 기업 실적이 미국 경기 둔화 위험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대두된데 따른 것이다. 이날 기술주들이 호조를 나타내며 뉴욕 증시를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경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지원 등으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빠지기 보다는 성장률 둔화를 겪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지금 뉴욕 증시는 최적의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뉴욕 증시는 베어스턴스의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의 실적 호전 소식이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4분기 추가 상각액이 86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한때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 금융주 제외 기업 실적 견조 전망 "기술주가 美 경제 살린다"

그러나 오라클,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미국이 최악의 경기 둔화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다시 힘을 얻으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빅토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코스크바는 "오라클과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매우 강한 실적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전날 장 마감후 11월로 끝난 회계연도 2분기 순익이 주당 25센트, 총 1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4% 늘었다고 발표했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순익은 주당 31센트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7센트를 웃돌았다. 오라클의 이 같은 실적은 특히 기술주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오라클의 주가는 6% 상승했다.

신용경색으로 신음하고 있는 금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분야의 성장세가 경기 둔화는 물론 증시 상승세를 이끌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S&P500 소속 종목들의 4분기 순익이 전분기대비 평균 2.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S&P의 애널리스트인 하워드 실버브랫은 금융기업들을 제외할 경우 S&P500기업들의 4분기 순익은 오히려 11.6%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29%(38.37포인트) 오른 1만3245.64를,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0.49%(7.12포인트) 상승한 1460.12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53%(39.85포인트) 오른 2640.86으로 장을 마쳤다.

◇ 3Q 성장률 4.9%로 확정, 11월 경기선행지수 예상 하회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시황처럼 호·악재가 엇갈렸다.


3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는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와 일치하는 4.9%였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신용위기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4분기의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도 1.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가격지수는 연율 기준 2%를 기록, 잠정치인 1.8%를 상회했다.

그러나 미국의 11월 경기선행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향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심어줬다. 미국 민간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는 11월 경기선행지수가 0.4%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0.3% 하락보다 큰 수치다. 10개 경제선행지수 항목중 불과 3개만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주가가 경제선행지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경기동행지수도 주택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도 전주보다 1만2000명 늘어난 34만6000명을 기록,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MBIA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급증했다는 소식에 26% 급락했다. MBIA는 이날 81억4000만달러에 대한 모기지 관련 증권을 보증하고 있다고 밝히며 우려를 키웠다. 이에 따라 MBIA의 채권에 대한 크레디트디폴드스왑(CDS) 프리미엄은 이날 115bp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어스턴스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적자폭을 밝혔음에도 오히려 주가는 1% 상승했다.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투자 관련 상각과 채권 매출 감소로 1985년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베어스턴스의 4분기(9~11월) 순손실은 8억5400만달러(주당 6.90달러)였다. 베어스턴스는 작년 동기에는 5억6300만달러, 주당 4달러의 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베어스턴스의 4분기 순손실 규모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82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베어스턴스가 월가 예상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 상각 규모가 19억달러로 당초 예상치인 12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씨티그룹의 상각규모 보다는 작았다.

메릴린치의 4분기 상각액이 86억달러로 3분기(79억달러)를 능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폭스-핏 켈튼 코크란 카로니아 월러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빗 트론은 보고서를 통해 "메릴린치가 모기지 시장 악화로 4분기 86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4분기 주당 4.07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씨티그룹의 예상치인 45억달러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크레딧스위스의 애널리스트인 수잔 로스 캐츠케도 메릴린치의 4분기 상각액이 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페덱스는 2분기 순익이 에너지 비용 증가로 전년동기(5억1100만달러, 주당 1.64달러) 보다 감소한 4억7900만달러(주당 1.5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51달러를 상회하는 것이다. 페덱스는 3분기 주당순익은 1.15~1.3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39달러를 하회하는 것이다.

이날 기술주들이 오라클에 힘입어 대부분 상승세를 기록했다. IBM이 1.4%, 마이크로소프트는 2.1% 상승했다.

◇ 유가 하락, 달러 유로에 강세 엔에 약세

유가는 미국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란 일기 예보 탓에 천연 가스 재고 감소 소식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20센트 떨어진 배럴당 91.04달러로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장중 한때 92.2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 가격도 런던 ICE 선물 유럽 거래소에서 전일대비 60센트 하락한 배럴당 90.8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는 강세를 엔에 대해서는 약세를 기록했다. 오후 3시 43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42% 떨어진 1.4323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33% 하락한 113.05엔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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