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하이닉스 M&A 포기 "그럼 누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7.12.20 13:55

LG "몸값 낮추려는 제스처 아냐"…현대家의 결자해지?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내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굴 하이닉스의 매각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올해말까지 매각의 골격을 만든 뒤 내년부터 '주인찾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LG그룹은 의지를 접었다"며 다른 예비후보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 SK그룹,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 "전략상 인수 불가"=LG그룹 고위 관계자는 20일 "하이닉스 인수를 생각해 본 적도, 고려할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비록 LG전자 등이 어려움을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로 볼 때 현금흐름 창출에 여전히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LG는 LCD 화학 이동통신 등 경기민감성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차입금이 4조원에 이르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현금흐름 등에서 리스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LG측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그룹 수뇌부의 의지를 반영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선상에 놓았지만 LG전자 LG필립스LCD LG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과 경영실적이 급변함에 따라 인수 자체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 추진은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영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돼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환위기 직후 '빅딜'에 따라 옛 LG반도체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당시 현대그룹측에 넘겨줘야 했고, 반도체 산업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기본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 인수설을 정식 거부한 것은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제스처'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예비 후보군은=주주협의회측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가가 올라 몸값이 오를 경우 국내에서 인수할 후보들이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빠지면 당연히 매각대금이 줄어들게 돼 반길 일이 아니다.

산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이닉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비록 지금 시황이 좋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현금흐름 능력이 약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우량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산은 등 주주협의회측은 하이닉스 인수주체로 △국내 기업 우선 △연관 사업 영위 기업 △재무구조 우량 기업 등을 잣대로 설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2006년과 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현재 현금흐름에서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닌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매년 2조6000억원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고 영업활동에서 3조5000억~4조원 가량의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수에 따른 부담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높은 기업이 인수하면 향후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인수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가능성이 그다지 높진 않지만 범현대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참여할 경우 명분이나 자금여력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하이닉스 인수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주주협의회에서 마련중인 보고서에 현대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SK 등이 잠재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안다"며 "내년초부터 이들 그룹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물밑 접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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