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한통운 인수해 투자허브로"

더벨 박준식 기자 | 2007.12.20 13:00

[대한통운 인수 후보열전②] 중국 등 해외 합작투자에 집중

이 기사는 12월20일(10: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신사업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지난 2003년부터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5~6년을 주기로 시황에 따라 이익이 급변하는 속성을 갖는다. 주력업종이 경기에 민감한 것은 그룹의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지금은 호황을 누리지만 언제 불경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의미다.

불황에도 안정적인 현금을 거둬들일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사업 잉여금이 쌓일 수록 커졌다. 그룹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선과 중공업, 기계 등에 치우친 사업적 포트폴리오를 균형있게 재배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사업분야의 확장을 고민하던 이 시기에 대한통운이 매물로 등장했다.

대한통운은 국내에서 택배뿐 아니라 특수운송분야에서도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아 왔다. 양사는 특수운송업을 통해 사업적으로 협력하던 관계. 현대중공업이 만드는 선박의 주요 동체나 대형 엔진 및 건설 장비의 운반을 대한통운이 맡는 방식의 제휴 협력이다. M&A 시장에서 인수와 피인수 관계로 만나기에 앞서 서로 사업상의 파트너십을 키워온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지출한 운반비는 535억원. 계열사인 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을 더하면 전체적인 물류비용은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대중공업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우선 그룹 자체의 운송수요를 전담할 직속 물류네트워크가 생긴다. 대한통운의 입장에서도 모기업이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운송물량은 사업상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관심은 이보다 한차원 높은 신사업 분야의 시너지에 있다. 지난해 6대 물류기업을 놓고 볼 때 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36.7%로 국내 1위. 하지만 매출액은 1조1700억원으로 법원에 의해 최저 입찰가격으로 제시된 2조3352억원의 딱 절반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물류 시너지만을 위해 2조원 이상을 퍼붓는 것은 넌센스라는 게 현대중공업의 판단이다. 매출액 1조원 짜리 회사에 2조원이 훨씬 넘는 돈을 투입할 경우 자금회수를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점유율도 3배 가량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독점기업이 되지 않는 한 다른 후보들이 제시하는 물류확장 계획은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의 복안은 해외사업과 물류를 둘러싼 전후방 산업에 집중된다. 해외사업 분야에서 양사의 접점은 중국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업을 위한 안정적인 후판공급을 늘리기 위해 중국 철강사인 수진금속의 지분 20%를 사들였다. 유압실린더 생산 및 판매확대를 위해 현지법인 상주현대액압기기유한공사도 설립했다.


대한통운 역시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물류망의 확대보다는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통운은 남북관계 개선을 예상해 중국 단둥(丹東)에서 원자재 운송사업을 확대할 계획이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중국 운송시장을 겨냥한 중국 업체 M&A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중국내 신사업을 위한 물류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투자할 재원을 대한통운을 통해 쏟아부을 의지가 있다. 대한통운을 신사업 확대를 위한 일종의 투자허브(Hub)로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이 이 같은 내부전략을 갖고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매각이 본격적으로 예고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금호와 STX는 대한통운 주식을 장내에서 경쟁적으로 매집하며 인수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서두르지 않고 치밀한 인수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5년 이후 내부에서 상시가동 중인 M&A팀은 옛 현대그룹의 기업인수합병 전문가와 회계관리 인력, 금융권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한통운이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신주발행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될 것을 미리 예상했다.

M&A팀은 이 같은 판단 아래 새로 발행될 신주 이 외에 현재 유통 중인 구주를 확보하는 작업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 인수전 구도를 파악하는데만 주력했다.

M&A팀은 특히 구주의 최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행보를 주시했다. 만약 골드만삭스가 소송 등을 통해 매각과정에 제동을 걸 경우 인수전 참여는 소득없이 M&A팀의 체력을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한통운은 현대중공업이 신사업을 펼치는 데 적합한 매물이지만 다른 경쟁력있는 매물도 시장에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매각자체가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매물에 전력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법원이 우발채무와 관계없이 지난 8월 매각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내년 중순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완공증명서(FAC) 취득이 낙관적이고, 재무건전성과 자산가치가 법정관리 이전수준을 넘어섰다. 기존 주수대비 150%의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구조가 구체화되면서 구주주 문제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금성 유보자산이 최소 5조원이 넘는다고 평가한다.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인수후보들이 머니게임을 벌인다 해도 가장 승산이 높은 후보로는 현대중공업이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인수전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했다.

M&A 시장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계량은 물론 비계량 평가요소 모두를 충족하는 유력한 인수후보"라며 "드러내지 않고 기회를 엿보다가 결단을 내린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확실한 전투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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