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세계 경영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12.20 08:30
19일(현지시간) 4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한 모간스탠리가 중국 국부펀드에 지분 9.9%를 매각해 5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에 따른 자산 상각을 보충하기 위해 중국 자본 유치를 선택한 것이다.

모간스탠리의 선택은 중국 자본의 미 금융권 진입이 본격화된 신호로 받아들여져 경계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국부펀드는 지난 7월에도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지분 10%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국부펀드를 포함해 올 들어 중국 자본의 해외 금융 회사 지분 인수 금액은 21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해외 금융회사 투자의 선봉에 나선 곳은 국부펀드다. 중국 국부펀드는 7월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했고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모간스탠리에 50억달러를 투자해 올해만 80억달러의 투자액을 집행했다.

이 밖에 중국 공상은행(ICBC)은 지난 10월 아프리카 최대은행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다드뱅크 지분 20%를 56억 달러에 인수했고 앞서 7월에는 중국개발은행이 영국 최대 투자저축은행인 바클레이에 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7%를 매입했다.

중국 뿐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들도 해외 금융자산 인수 대열에 합류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지난달 씨티그룹의 지분 4.9%를 75억달러에 인수했고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 10일 UBS 지분의 9%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110억스위스프랑에 매입키로 했다.

단 한달 동안 씨티와 UBS, 모간스탠리 등 내로라 하는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중국투자공사의 지분 매입은 최근 해외 국부펀드의 동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월가의 많은 은행들이 본사를 베이징이나 두바이로 옮겨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강타한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신용경색으로 앵글로 색슨식의 금융 자본주의 모델은 신뢰를 잃었고 뉴욕과 런던의 금융시장 심장부에는 패거리 자본주의와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 실적을 발표한 모간스탠리는 4분기 35억6000만달러(주당 3.61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창립 역사상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실 규모도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39센트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존 맥 최고경영자(CEO) 조차 "우리가 오늘 발표한 결과는 너무 창피하다(embarrassing)"면서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실망스런 결과다.

모간스탠리의 실적은 특히 골드만삭스가 사상 최대 분기 순익을 발표한 다음날 나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위기에 대응한 숏 포지션과 아시아 시장에의 적절한 대응 전략을 구사해 올 4분기 순익이 전년 보다 2% 늘었다고 발표했었다.

지난달 7일 "상각이 더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한 후 발생한 자산 상각만 78억달러였다. 모간스탠리는 이와 별도로 은행 부문이 갖고 있던 16억달러 모기지와 상업 모기지 자산도 상각 처리해 4분기 중 상각 금액은 총 94억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 부임한 맥 CEO에게도 상당한 후폭풍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위험 자산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장했고 실제 올 초까지만 해도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셈이 됐다.

그러나 4분기중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모기지 자산에 대한 노출을 대폭 줄였다고 밝혀 향후 손실 확대 가능성에 긍정적 전망을 제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은 지난 8월 104억달러에서 11월말 현재 18억달러로 감소했다.

그리니치 위든앤코의 스티브 골드만 전략가는 "서브프라임 노출이 18억달러라는 것은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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