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승리엔 이유가 있다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07.12.19 23:32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22일간 현장에서 지켜봤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속쓰린 말이겠지만 그의 승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당선자의 선거운동은 한 마디로 민첩하고 세련됐다. 선거운동 시작 하루 만에 현수막을 교체하고 선거 운동 차량의 스피커를 바꾼 게 좋은 예.

둘 다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만큼 기민했다.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별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2002년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이기도 했다.

젊은 선거운동원들은 곰 인형으로 만든 모자를 눌러쓰고 망토를 두르는 '발칙한' 복장을 하고 유세장을 뛰어놀았다. 그들이 춤추는 모습은 흡사 비보이들의 몸동작을 연상케 했다. 예전같은 '근엄한' 한나라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디밴드 '노브레인'의 히트곡 '넌 내게 반했어"를 대표 로고송으로 택한 것도 파격 그 자체였다. 인터넷 광고나 TV 광고에서도 예전의 구닥다리같은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오히려 대통합민주신당이 '정체'에 빠진 듯 보였을 정도다.


이 당선자의 유세도 마찬가지다. 이 당선자는 연설 앞부분에 꼭 유세를 구경하는 시민들과 춤을 추는 시간을 가졌다. 이 당선자는 "나도 처음할 때는 어색했는데 해보니까 괜찮아요"라며 함께 춤을 추자고 독려했다.

또 연설 중간중간 유세장 주변의 상가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반응을 유도했다. 눌변이라는 이 후보의 단점을 보완하기 충분했다. 이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보도, 개혁도, 보수도 아닌 듯 하다. 국민들은 신선한 느낌을 주고 변화하는 모습에 열광한다. 말로만의 변화가 아닌 실천적 변화를 원한다는 말이다. 2002년과 2007년 국민들의 선택은 동일했다. 선거 결과에 속쓰린 사람들이라면 유심히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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