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07-⑤]유가 飛上, 경제는 非常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7.12.20 10:58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각종 물가지수가 급등하며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용경색이 저성장을 초래했다면 인플레이션은 고유가가 불렀다.

국제유가는 수급불안을 초래하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1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21일 뉴욕상업거래소 시간외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배럴당 99.29달러까지 올라 사상 처음 99달러를 돌파했다.

고유가 여파는 실로 컸다. 미국과 유럽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각각 1년5개월, 6년래 최고로 끌어 올렸다. 에너지 비용이 증가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고 이는 추수감사절 기간 유통업체들의 매출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중국은 국제유가가 신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자 휘발유 배급제를 실시했다. 휘발유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한 남자가 새치기를 하다 살해당한 것.

◇ 국제유가 고공행진, '유가 100불 시대'

1월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배럴당 58.32달러로 새해 첫날 장을 마감했다. 이후 국제유가는 8월에 70달러로 상승한 후 11월21일 사상 최고로 급등했다. 21일 시간외거래에서 WTI 1월물은 99.29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를 갈아 치웠다.

유가가 신고가 랠리를 펼치자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유가 전망치를 상향했다. 대부분이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수개월 내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CIBC월드마켓도 "이르면 내년 초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전망 상향도 꼬리를 물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평균 유가 전망치로 지난달 대비 21% 높은 98달러를 제시했다. 내년 평균 유가 전망치도 76달러로 12% 상향됐다.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최근 유가는 90달러 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의 에너지 상품 중개 전문회사인 에어리어 인터내셔널 트레이딩의 아이라 엑스테인 사장은 "유가 100달러 시대는 시장 추세"라고 강조했다.
↑올해(1월~12월) 국제유가 추이(자료: 블룸버그)

◇ 친디아+사우디, '기름 먹는 하마'.. 고유가 앞당겨

과거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국제유가를 키운 측면이 컸다.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하거나 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경제 제재의 칼을 들면 수급불안이 커져 유가가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친디아'(중국+인도)가 수급불안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연간 두 자릿수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석유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재고를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디아발 유가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지난달 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7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2015년을 전후해 석유 수급 위기가 도래하고 유가가 폭등할 것이라며 2030년 전세계 에너지 소비가 현재보다 55%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도 고유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막대한 오일달러를 국내 산업화에 투자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 국제 시장 공급 물량을 빠른 속도로 잠식한 것이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200만 배럴로 전년대비 6.2% 증가했지만 생산능력은 연율 2.3% 감소했다. 중동 전체로는 수요가 3.5% 늘어 국제사회 증가율(0.7%)의 5배에 육박했다.

미국 라이스 대학의 석유 부문 애널리스트 에이미 마이어스는 "국제 시장의 핵심 공급원인 주요 산유국들이 5~10년 후 현재의 역할을 계속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3년 전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연방금리를 내리면서 달러 약세에는 속도가 붙었고 이는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석유를 비롯한 상품투자로 투기수요가 대거 몰린 탓이다.

◇ 고유가, 인플레 급등시켜 경제성장 둔화 초래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급등시켜 경기 침체 우려를 배가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8% 상승, 전문가 예상치(0.6%)와 전월(0.3%)을 모두 웃돌았다. 에너지 비용이 10월 1.4%에서 지난달 5.7%로 급등하면서 물가가 급등한 것.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34년래 최고로 치솟았다.

에너지 비용 급증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지갑이 얇아진 만큼 소비자들이 선뜻 소비에 나서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02% 감소한다.

실제 추수감사절 기간 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8.3% 증가했지만 1인당 소비액은 진나해 360달러에서 348달러로 오히려 3.5% 줄었다.

유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3.1% 상승, 6년래 최고로 급등했다. 역시 에너지 비용이 전월대비 3.4%, 연율 9.7%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6일 ABC방송에 출연, "식료품값과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경제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초기 단계의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경색에 이은 고유가는 세계 경제에 '엎친데 덥친 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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