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기업 민영화' 제대로 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7.12.20 08:41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됨에 따라 이 당선자의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영화 대상으로는 산업은행, 한국전력, 석유공사, 토지공사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는 소관부처와 노조의 반발, 민영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 등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 당선자의 가장 획기적인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100% 출자한 산업은행을 팔아 20조~30조원을 마련한 뒤 중소기업 지원기금을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산업은행의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지금까지 산업은행 매각에 반대 입장이었다. 향후 중국 동북3성, 시베리아, 북한 등 동북아지역에 대한 개발금융 수요가 막대할 텐데,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으로서 자금조달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 산업은행마저 민영화될 경우 금융정책의 수단이 크게 줄어든다는 게 재경부 실무선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앞으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경우 재경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당초 유보 쪽으로 방향이 잡혔던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매각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방안조차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을 도출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을 국내 자본에 매각하는 것은 '금산분리' 문제와도 엮여 있다.

한편 이 당선자는 "민영화 효과가 큰 공기업부터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국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만 민영화하는 싱가포르 방식의 민영화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산 매각을 전제로 한 산업은행 외에는 싱가포르식 '관유민영' 체제를 민영화 방식으로 택하겠다는 뜻이다. 싱가포르는 공기업의 경영권을 10년 이상 장기간의 걸쳐 외국기업 등에 위탁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민영화 대상으로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이 꼽힌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공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의 민영화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기획예산처의 고위 관계자는 "독점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적 독점'을 단순히 '사적 독점'으로 바꾸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민영화에 앞서 사업자를 늘리는 등 유효경쟁 여건을 확보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소관부처의 의견과 상관없이 청와대가 민영화를 밀어붙이더라도 사회적 합의의 도출 역시 쉽지 않다.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공기업들이 대개 공익적 성격이 강한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조세연구원은 최근 '공기업 민영화 성과 분석' 보고서에서 김대중 정부 이래 민영화된 포스코와 KT 등 7개 공기업의 민영화 성과를 분석한 결과, 장기투자와 취약계층 지원, 공정거래 등 공공성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의 노조들이 저항하는 것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공기업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더라도 실제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여러 상황을 살펴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무차별적인 공기업 민영화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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