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파동과 군중심리

김중근 메버릭코리아 대표 | 2007.12.25 16:01

[머니위크]김중근의 실전 주식 A to Z

만약 이웃사람이 당신더러 튤립 뿌리 하나를 5000달러에 사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종류의 튤립 뿌리가 시내의 상점에서 5500달러에 팔리는 것을 본다면 당신은 이웃사람의 튤립이 싸다고 생각할 터.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튤립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는 고려하지도 않는다.

사회심리학 책에서 종종 인용되는 튤립파동은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잘 말해준다. 튤립은 1600년대 초기에 네덜란드에 처음 수입되었다. 튤립이 워낙 아름다웠기에, 유럽의 귀족들은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진귀한 품종을 구하려고 애썼고, 튤립은 수요가 확실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튤립 가격이 오르면서 튤립 매매가 성행하였다.
거기에다 투기까지 번지니 튤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심지어 아우구스투스라는 품종은 뿌리 하나에 8000달러에 거래되었다. 투자자들은 열광하였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사고, 사니 또 가격이 올랐다.

어떤 튤립은 하루에도 열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튤립을 직접 인도하지 않고 거래하는 제도도 생겨났고, 신용거래제도까지 도입되었다. 진귀한 튤립은 금보다 더 가치가 있었고, 어떤 농부는 자신의 집에서 기른 튤립으로 거액을 벌었다. 사람들은 튤립을 팔아서 집을 샀고 토지, 값비싼 보석, 선박 등등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꿈은 깨어지기 시작하였다. 찬란하였던 만큼 꿈이 깨어질 때의 상황은 비극적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튤립가격이 추락하였던 것이다. 1637년 어느 날, 튤립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현금이 필요하여 튤립의 일부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튤립을 잔뜩 가지고 있었기에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것. 폭락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놀라 튤립을 팔고자 하였으나 전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한때 8000달러이던 튤립은 75달러까지 추락하였다. 공황은 공황을 불러 가격은 내리기만 하였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튤립으로 집과 보석, 선박, 땅 등을 살 수 있었으나 이제 튤립은 양파에 지나지 않았다. 허망한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앞뒤 분간하지 못하며 군중심리에 섞여 부화뇌동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튤립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남이 하니까 나도 덩달아 따라하는”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반대의견론자(contrarian)는 이러한 군중심리를 꿰뚫는다. 이들은 항상 대중의 일치된 생각과 반대 방향으로 행동한다. 대중은 곧잘 군중심리에 휩싸이기 마련. 종종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과열로 치닫는다. 사람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그때가 추세의 절정인 법.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때, 꼭지라고 생각하여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잿빛 전망으로 바라볼 때, 바닥으로 인식하여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게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비결이다.
 
요즘은 인터넷 게시판이 발달되어 있어서 시장의 군중심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증권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이 죄다 비관론을 말하고 있다면, 분명 바닥이 머지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시장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읽어내는 것이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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