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잇따라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12.17 10:54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등 미국 경제 전문가들이 잇따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택 시장 침체와 신용위기, 소비 불안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와중에 물가 상승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이 걱정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주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전문가들 '스태그플에이션' 경고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 ABC방송에 출연, "식료품값과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은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초기 단계의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해야 경제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물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연준은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주 금리를 내린 벤 버냉키 의장을 지원사격한 측면이 크다. 연준은 신용 경색 완화를 위해 지난주 올 들어 세번째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신용 경색 해소와 동시에 물가 급등을 부를 수 있어 연준의 부담이 크다. 그린스펀 자신이 저금리를 통한 경제 부양을 추구한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또 "미국 경제가 침체될 확률은 50% 수준이지만 기업들의 회사채 등급이 양호해 신용 경색의 타격으로부터 완충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택정책과 관련해서는 "당장은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도 있겠지만 집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서민들에게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단기적인 재정적자가 집값이나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경제에 훨씬 덜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틴 펠드스테인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전미경제연구소(NBER) 회장도 14일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소비가 줄어든다면 내년 미국 경제는 쉽게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펠드스테인 교수는 "경기 침체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침체 가능성을 50%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국내총생산이 감소하고 소비자물가가 3.5%까지 오르면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에 놓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 압력이 1970년대 말 수준까지 오르진 않겠지만 소비자물가가 기대보다는 소폭 높아졌다"며 "관점에 따라 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펠드스테인 교수는 "소비자가 미 경제에 관건"이라며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급격히 늘린다면 미 경제는 쉽게 침체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물가 상승 '심상찮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에 비해 0.8% 올라 2005년 9월 이후 2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4.3%나 올랐다.


전날 발표된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3.2% 상승률을 보이면서 34년 만에 최고 오름세를 기록했다.

◆ 유가-식료품, 물가 쌍끌이

물가를 끌어올린 복병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이다. 유가는 경기 둔화 전망으로 이달초 80달러대로 후퇴하는가 싶더니 다시 90달러대로 상승했다. 올 겨울 예상 보다 추운 날씨에 난방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승 요인이다.

밀과 쌀 등 곡물값도 잇따라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2차 식료품발 인플레이션(애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졌다.

14일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밀과 쌀 가격은 사상 최고를 갈아치웠고 콩 값은 34년래 최고로 급등했다.

3월 인도분 밀은 전일대비 4%(26센트) 상승한 부셸당 9.795달러를 기록했다. 쌀도 100파운드당 13.310달러로 올라 역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1월 인도분 콩은 34년래 최고인 11.6달러로 뛰어 올랐다.

곡물값 급등은 고스란히 인플레이션으로 전가돼 전체적인 물가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실제 유로존의 11월 식료품 물가지수 상승률은 4.3%를 기록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3.1%로 끌어 올렸다. 이는 6년래 최고 수준이자 전년 동기(2.6%)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3%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농산물 값이 급등하는 것은 ▷수요 증가 ▷작황 부진 ▷재고 감소 ▷바이오연료 개발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국가에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난 국민들의 식생활이 바뀌고 있는 점도 수급불안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농산품 거래팀장인 쟌 부르로이는 "곡물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준, 추가 금리 인하 경계

FRB는 지난주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기대했던 0.5%포인트에 미치지 못했다며 실망스러운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FRB는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연준은 특히 '에너지가격과 상품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수 있다'고 전제 물가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임을 강조했다.

FRB는 또 "이전의 두차례 금리인하와 더불어 이날 이뤄진 금리인하가 장기적으로 완만한 성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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