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07-②]중국증시의 무한질주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7.12.17 12:53

거품 붕괴 논란 속 변동성도 커

세계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몸살을 앓았던 올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동성 잔치를 벌인 곳이 있다. 바로 중국증시다.

중국증시 투자 열풍은 한국에도 이어져 '차이나펀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올해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최근에도 고수익을 노린 사모펀드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증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빠지지 않는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연초 2000선에서 시작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들어 무려 4000포인트 폭등했다. 지난 2월 말 3000선을 돌파한 이후 5월 4000선을 뚫었고 8월엔 5000선을 넘었다. 그리고 2개월도 안 돼 또 다시 6000선을 뛰어넘으며 상승세에 가속을 더했다.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이미 중국 국내총생산(GDP)도 추월했다.

세계증시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다. 12월 15일 현재 상하이-선전 CSI300지수는 연초대비 158% 오르며 세계증시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블룸버그 집계).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도 각각 87%, 141% 상승해 10위권 안에 들었다.

거침없는 오름세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중국증시에 대한 거품 논란도 끊임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상하이지수는 5000선 아래로 하회하는 등 변동성 높은 증시를 연출하고 있다.

◇ 중국증시, 나홀로 오르다

중국증시가 랠리를 펼친 데는 ▲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예금금리 ▲ 막대한 경상흑자·외국인 직접투자(FDI) 등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 베이징 올림픽 특수 ▲ 세계증시와의 디커플링 등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중국증시로 흘러든 막대한 자금은 중국의 개미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를 나타내자 그동안 예금통장에 여윳돈을 꼬박꼬박 저축해 왔던 중국인들은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는 6.9%로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5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년만기 예금금리는 3.87%에 불과하다.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IPO)도 줄이어 증시를 띄우자 아예 객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중국인들도 부지기수로 늘었다. 현재 중국증시에는 5000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주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한다. 지금도 매일 수백만명의 신규 투자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근거한 풍부한 유동성도 증시를 떠받쳤다. 중국의 성장률은 3분기까지 11%를 넘었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올해 성장률이 11.6%로 2003년 이후 5년 연속 두자릿수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1조4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616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특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내수시장이 서울 올림픽을 통해 한단계 성장했듯이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올해 중국증시 랠리에 가장 큰 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상하이 A증시는 내국인 투자자들에게만 문이 열려 있고 일부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할당 받은 쿼터 한도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때문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파고 속에 허덕이고 있을 때 중국증시는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개인의 해외투자도 금지된 중국 금융시장의 후진성 덕에 중국 개미들은 서브프라임 위기에 노출될 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는 신용 위기 후 짙어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머징마켓 선호 현상과 맞물려 중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더욱 높였다.

◇ 중국증시, 변동성도 높아

중국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덩치를 키우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거품 논란이 커지면서 매수 열기도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 10월 15일 6000선을 돌파한 이후 상하이지수는 연일 등락을 반복하며 5000선을 내줬으며 12월 현재 5000선 초반을 겨우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광적인 매수세가 오히려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 상승 가능성이 있더라도 변동성이 매우 큰 장세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이 11%를 웃돌고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면서 당국의 추가 긴축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중국증시는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긴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지만 지난 5월 증권거래세를 세 배 높이면서 단숨에 4000선이 무너진 경험도 없지 않다. 추가 긴축 우려 속에 지난 11월 말 주식 거래량은 14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WSJ은 중국 증시의 버블이 조만간 깨질 가능성이 높다며 뮤추얼펀드들이 최근 발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중국증시 열풍 속에 중국펀드는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에 떠올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올해 출시된 후 설정액이 100억원이 넘는 중국 주식형 펀드는 22개에 이른다. 미래에셋운용의 차이나솔로몬펀드는 올들어 75.29%의 수익률을 올리며 해외주식형 펀드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차이나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에 발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은 펀더멘털 보다는 루머나 미신에 기대 주식 거래를 하고 있어 조정 발생시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많은 기업들이 주식을 사고 있으며 나아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중국증시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WSJ는 부동산 시장 활황과 자국 통화의 강세, 저금리 등이 맞물려 한창 부풀다 터져버린 1980년대 말 일본, 대만의 경우에 비유해 중국 증시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버블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상하이 증시를 보라"며 중국 증시가 버블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일부에선 중국증시가 올해보단 상승폭이 줄겠지만 랠리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자기조절능력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중국 션인완궈증권 쉬엔 스트래트지스트는 "내년에도 중국 기업의 영업이익증가율은 35%에 달할 전망"이라며 "중국경제 성장자체가 거품이라면 증시도 거품이겠지만 중국 경제는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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