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증권맨과 '오버더레인보우'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7.12.17 08:29
'30대 증권맨, 과중한 스트레스로 자살'

지난 주말을 앞두고 안타까운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한 증권맨이 여의도역 선로에 떨어져 투신자살한 것입니다. 한 선물회사 브로커였던 이 직원은 며칠간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회사와 감독당국은 직접 거래를 담당하는 딜러가 아닌 영업중개만 하는 브로커인 만큼 회사의 영업상 손실은 없었다고 확인했습니다.

회사 전산시스템상으로도 이 직원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증권맨의 죽음 뒤에는 으레 '막대한 영업손실'이 있지 않을까 늘 의심받는 것을 보니 씁쓸한 따름입니다.

증권맨의 자살이나 과로사는 사실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닙니다. 지난 봄에도 모 증권사 직원이 휴일에 출근, '죄송하다'는 메모만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지난 5월까지 16건의 증권맨 자살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과도한 영업으로 인한 손실때문에 영업직원들의 자살이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엔 본사 사업부서 직원들까지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생을 일찍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증권맨들의 이러한 자살이나 과로사는 여의도의 뒷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줍니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높은 연봉 이면엔 단 한번에 베팅에 수익률이 결정날정도로 피말리는 증권시장, 어느 업계보다 치열하고도 혼탁한 인력경쟁 등 아차하면 파멸로 직행할 어둠이 늘 드리워 있습니다.

고액연봉을 받는 한 애널리스트는 "증권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증권업이 변동성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위험성을 감수하는 만큼 큰돈을 벌 수 있기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의 조로현상도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입니다. 3년 장사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업계 속설이 있습니다. 40세전후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걱정하는 증권인들은 단기일내에 '대박'의 환상을 좇게 되고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증권인들처럼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한 업종도 없지만 이처럼 혼탁한 시장도 없다"며 "이러한 인력들이 증권계의 발전을 꾀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스러지는 현상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한탄했습니다.

연말이면 단골로 재방송되는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행복은 먼곳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곧 마음먹기 따라서 인생에 대한 내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2008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 증권인들이 많아지길 세밑무렵에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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