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고3 담임선생님의 탄식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7.12.13 17:32
"애들이 이렇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은 문제입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고3 학급을 맡고 있는 한 선생님의 말이다.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제자들을 모두 데리고 온 이 선생님은 작심한 듯 정부와 언론에 대해 조목조목 뼈 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수능등급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 제도 내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없어요. 언론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접근하니 애들은 피해의식부터 갖고, 자신의 실력보다 입시제도를 탓하기 바쁩니다. 이런 피해의식을 갖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애들이 너무 불쌍해요."

선생님은 애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 언론이 적어도 30%의 책임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행사장에서 실제로 학생들을 만나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내년에는 등급제가 바뀔 것 같은데 왜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는 거죠? 너무 억울해요."

만나본 10여명 학생들은 대부분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내년에 등급제가 바뀔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언론의 예단 기사에 아이들은 덩달아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동안 머니투데이를 포함해 많은 언론들은 수능등급제의 부조리함에 대해 적잖은 지적을 해 왔다. 그러나 지적의 결과, 비판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온라인배치표를 유료화하며 배를 불리고 있는 사설 입시기관들에게 우리 사회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언론은 정부를 탓하고, 정부는 언론을 탓하는 사이,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많은 아이들은 어느새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비판의 대상인 기자로서도 억울함이 없지는 않다. 항변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중요한 때가 아닌 것 같다.

교육이 병들어 애들의 마음이 아프다. 병든 교육을 수술하는 게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아이들의 마음부터 달래는 '거꾸로' 접근법도 필요해 보인다.

선생님의 말처럼 '남탓'이라는 칼을 잠시 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찾기에 몰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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