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시령터널투자 "너무비싼거 아냐?"

더벨 안영훈 기자 | 2007.12.20 14:00

[Pension's Choice]경쟁뚫고 민자도로 운영권 인수.. 최고가 입찰에 '거품'지적도

이 기사는 12월20일(11: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프로젝트파이낸스(PF)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딜 가운데 하나는 국민연금의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 인수.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는 지난 2000년 12월 BTO(Build-Transfer-Operate)사업으로 추진된 미시령터널과 인근 접속도로의 건설 및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지분은 미시령터널 시공사인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100%(399억원)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미시령터널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강원도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30년동안의 운영권을 부여받았고,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미시령동서관통도로를 투자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입찰경쟁에선 역내 최고 수준의 입찰가를 적어낸 국민연금이 5:1의 경쟁을 뚫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입찰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민자도로 투자에서 내로라 하는 4개 금융투자자들이 모두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국민연금이 적어낸 입찰가는 다른 민자도로 SPC 입찰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시령터널에 '1346억+α' 투자한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국민연금은 코오롱건설 컨소시엄과 연내에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가격은 지분 100%를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출자했던 399억에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정확한 규모는 정부의 출자자 변경 승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800~1000억원 사이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5천원짜리 주식을 두배 이상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으로, 지난해 KIF, MKIF, 교원공제, 국민연금, 발행인프라펀드 등이 인수경합에 나섰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의 인수가격(주당 8천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국민연금으로 주주변경이 이뤄지면 지난 2002년 건설 사업비 조달목적으로 국민은행 대주단으로부터 대출받은 947억원(2006년 말 기준)을 국민연금으로부터 대출받아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시령터널의 차입금리는 연도별 기준금리(3년만기회사채이자율)에 1.8%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이 기준금리에 1.1~1.3%포인트를 가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이 리파이낸싱을 일으키는 것은 기정사실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도 "금융투자자들이 최근 민자도로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에퀴티 투자를 통한 배당을 노린 것이 아니라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위한 것으로, 947억원 수준이라면 국민연금이 단독 대출에 나설 것"이라며 "조기상환 수수료(차입금의 0.5% 수준)가 붙지만 단독 대출을 통해 차입금리를 이전보다 높게 잡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수자금과 대출금을 합쳐 국민연금은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총 1346+α(지분인수 프리미엄)를 투자하는 셈이다.


"지분인수 프리미엄 과도" 지적도

국민연금의 미시령터널 인수에 대해 수익성 BTO사업에 대한 투자과열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시령터널의 실사협약 조건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프리미엄 수준이 과하다는 주장.

사실 미시령터널은 30년 운영, 불변수익률(물가상승률 제외한 수익률) 9.43%, 운영수입보장제도(MRG) 90%라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수가격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입찰에 빠졌지만 국민연금, 맥쿼리뱅크, KB자산운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등 5개 금융투자자들이 경합을 벌이면서 이같은 전망은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써낸 입찰가격은 다른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주당 1만원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써낸 가격은 내부적으로도 비밀로 취급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바로 높은 물가변동률 전망에 기인한 것이다. 보통 입찰가격은 물가 변동률에 정비례하는 타깃수익률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사업타당성을 맞췄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28년간 물가 상승률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투자수익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물가변동 리스크와 함께 최근 발표된 춘천-속초간 철도 등 대체도로의 설립이 교통량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화령 터널처럼 정부 책임회피로 인한 피해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이화령 터널은 교통량이 초기 예측의 20~30%밖에 미치지 못해 운영적자가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통행료 인상 등의 지원을 회피한 대표적 사례.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금이 지급되고는 있지만 실제 기대 수익보다 낮아 사업참여자들은 손해를 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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