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없는 현대重, 신기록 순항

울산=김유경 기자 | 2007.12.14 07:57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견문기]

해질무렵 여의도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63빌딩을 보며 높이가 궁금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울산 현대중공업을 다녀온 이후 63빌딩만 보면 246m인 남산타워보다 1m 작은 245m라고 아는체를 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63빌딩은 바로 현대중공업의 작품이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만 6,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현대중공업이 최근 한진에 납품한 6500TEU급 컨테이너선은 370m다. 굳이 키재기를 한다면 남산타워보다 1.5배 큰 셈이다. 에펠탑도 310m로 한진 선박보다 작다. 그렇다고 이 선박이 가장 큰 규모도 아니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1만TEU급의 컨테이너선을 납품한 바 있으며, 1만3000TU급까지 수주받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역시'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였다. 83년 이후 건조량 기준 세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15%다.

◇6개부문 중 조선사업이 호황이었을 뿐 = 올해 코스피지수를 2000으로 끌어올린 주도주는 조선주였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초 12만5000원에서 11월7일 52만8000원으로 322% 폭등했다. 그만큼 실적과 수주가 폭발적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5조2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순이익은 1조2200억원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전경
조선 수주량도 사상 최대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조선 및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현대삼호중공업 건조 물량 포함해 총 208척 246억불을 수주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거둔 190억5000만불 기록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연초에 세운 올해 목표액인 174억불 대비 4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조선사업은 현대중공업의 6개부문 중 한 부문일 뿐이다. 물론 주력인 선박 건조 부문이 호황으로 현재는 전체 매출의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5개의 사업부문, 즉 육ㆍ해상플랜트, 엔진기계, 중전기, 건설장비 등이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큰 폭의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은 조선사업 뿐 아니라 전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사업부문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대처할 수 있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융통성이 뛰어난 조선인 = 197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 한장과 조선소 설계도면 하나로 영국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고 차관을 도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것이 현대그룹의 추진력과 융통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첫번째 사례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조선소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업체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상호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들의 맏형처럼 조선소 기술사관학교를 자처하고 있다. 인재를 두 조선소에 보내는 것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한달에 한번 이상 세 조선소가 모여 기술과 영업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고 밝혔다.

▲육상건조공법을 통해 맨땅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장면
선박건조는 해상(도크)에서 해야한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현대중공업은 9개 도크에서 연 80척을 건조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No'라고만 답할 수는 없었다. 도크가 부족하자 육상에서 건조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육상건조공법으로 불리는 이 신기술의 핵심은 도크 없이 맨땅에서 만든 선박을 안전하게 바다로 진수시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육상에서 건조한 첫 선박은 10만5000톤급 대형 유조선으로, 지난 2004년 10월 진수에 성공해 2005년 1월 선주사인 러시아의 노보쉽사에 인도되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육상에서 17척의 선박을 건조해 인도했으며, 현재 46척의 선박을 육상건조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 태양광, 하이브르디 버스 등 11개 제품 기술 개발에 투자 = 현대중공업은 6개의 대기업처럼 성장하고 있지만 벤처기업 스타일인 특유의 추진력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하이브리드 버스, 이동식 발전설비, 전기추진 LNG선용 엔진 공장 설립 등 신 성장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아이템이 현재 11개 정도다. 풍력 사업도 관심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특히 엔진은 부가가치가 높다. 현재 선박엔진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단일 회사로 연간 300대를 만들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빅5 회사들의 총량이 연 60대에 불과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상에서 기자들과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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