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지학순 주교(사진 왼쪽)의 묘소를 찾았고 지난 10일 타계한 정진동 목사(오른쪽)의 빈소도 방문했다.
일단 '종교'란 키워드가 떠오른다. 교계 표심을 잡겠다는 행보로 볼 수 있다.그런데 지학순과 정진동이란 이름은 70~80년대 민주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정 후보는 이날 충북 제천 봉양읍의 베론 성지를 찾았다. 프랑스인 선교사들이 한국 최초의 신학교를 세운 곳이지만 그보다 고(故) 지학순 주교가 묻힌 곳이란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민주화·평화·인권 운동가였던 지학순 주교는 일생을 반독재 투쟁과 양심수 석방 등에 힘썼다. 지난 74년 "유신헌법은 무효"란 양심선언때문에 15년형을 선고받은 일이 기폭제가 돼 천주교정의사회구현사제단이 결성되기도 했다.
정 후보가 이날 첫 방문지로 원주 원동성당을 찾은 것도 지 주교를 기리는 의미다. 원주에 천주교 교구가 설치된 게 지난 65년. 초대 교구장이 지 주교였다. 그가 묻힌 제천도 원주교구 소속이다.
또다른 행선지는 청주의료원에 마련된 고 정진동 목사의 빈소. 정 목사는 70~80년대 진보적 사회운동에 투신, 충북지역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했다.
정 목사의 이름이 생소해도 '도시산업선교회'는 낯설지 않다. 그는 30여년간 청주 도시산업선교회 목사로 도시빈민·노동 문제에 천착했다. 정 목사는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하다 지난 10일 별세했다.
결국 이날 정 후보는 '12.12' 쿠데타가 일어났던 날 민주화운동 상징적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감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을 자극하고자 했던 셈이다.
정 후보의 메시지도 "수구부패 세력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원동성당에선 "투표날까지 단일화에 힘쓸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층에 호소했다. 지학순 주교 묘소에 참배한 뒤엔 "주교님의 얼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걸음이 70~80년대를 기억하는 30~4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대선은 불과 7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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