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 금융지도 바꾼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7.12.11 10:18

올들어 서구은행 亞서 480억불 조달, 금융시장 지각변동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서구 은행들이 모기지 폭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동안 아시아 국부펀드가 이들에게 회생 자금을 지원하며 금융시장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UBS는 10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중동 투자자에 지분을 매각해 130억스위스프랑(11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GIC는 110억스위스프랑 상당의 전환사채를 매입하고, 익명의 중동 투자자는 20억스위스프랑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최대은행인 씨티그룹도 지난 달 시가총액 절반에 가까운 모기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아부다비투자공사로부터 75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이에 따라 씨티그룹의 지분 4.9%가 중동 국부펀드로 들어가게 됐다.

포티스도 지분 4.18%를 중국의 핑안보험에 매각해 18억1000만유로(27억달러)를 수혈했고, 베어스턴스와 HSBC도 아시아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서브프라임 충격을 털어내고 있다.

바클레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ABN암로를 인수하기 위해 중국발전은행과 싱가포르 테마섹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현재 런던증권거래소의 지분의 3분의 1이상이 중동의 국부펀드 손에 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4분기에만 아시아의 국부펀드와 은행들은 서구 금융사에 189억달러를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서구 은행들이 아시아에서 조달한 자금은 모두 46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수년동안 수조 달러가 아시아에서 서구로 흘러들어갈 전망이다.


WSJ은 아시아와 중동 자금이 서브프라임 부실을 만회하고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실탄을 확보하려는 서구 은행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아시아와 중동 투자자들이 신용경색이라는 기회를 잡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라드 리용은 "이제껏 세계 금융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서구 은행들이 취약해지고 다른 지역에서 유동성과 자본이 확보되는 구조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 균형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며 평가했다.

아시아 국부펀드의 위력이 세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에선 국부펀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고, 얼마 전 G7 관계자는 국부펀드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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