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인수전, '가격'보다 'α'로 승부

더벨 현상경 기자 | 2007.12.10 15:40

유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승리..'경영진 신임+고용 보장'이 승부수

이 기사는 12월10일(15: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폐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인수전의 최종승자가 됐다.

유진그룹은 9일 홍콩 현지에서 어피니티파트너스가 설립한 'Korea CE Holdings(Netherlands)B.V.'와 하이마트 지분 100% 양수도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1조9500억원으로 결정됐다.이에 따라 유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신고 승인을 받게되면 최종적으로 하이마트의 새 주인이 된다.

가격+α로 승부

이번 딜에서 유진은 함께 참여한 GS, MBK파트너스 등에 비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고도 본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마감된 최종가격입찰에서 GS는 2조1000억원대 안팎, MBK 역시 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과정 역시 지난주부터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비밀유지를 위해 인수후보군 경영진들을 따로 모아 일본에서 개별적으로 매니지먼트 대상 설명회를 여는 동시에 최종인수계약도 홍콩 현지에서 따로 진행해 왔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GS의 가능성이 높다가 지난주 중반 들어 갑자기 유진측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딜이 당초 예측과 달리 가격보다는 비가격적 요인이 관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매각자인 AEP가 외국계펀드들이 그간 보유해온 국내기업 지분매각과 관련해 제기되는 '먹튀' 논란이나 노조반발 등을 우려해 이 같은 문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유진을 선택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GS가 고용보장을 제시했지만 현 경영진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했을테고 임직원들도 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마디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GS도 롯데가 협상에서 제외된 것과 비슷한 이유로 떨어진 셈이다.

1차 입찰 등에서 최고가를 제시하려고 했던 롯데의 경우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 등 경영진이 "롯데가 들어오면 하이마트의 경영진 및 임직원이 설 자리가 없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아예 숏리스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GS 역시 기존유통사업부를 감안하면 비슷한 경우 였던 반면 유진은 상대적으로 관련회사가 없어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입지가 공고해질 수 있었던 셈. 유진그룹 스스로도 "현 경영진과 구성원에 대해 신임과 고용보장을 제시했으며 이것이 인수자선정에서 높이 평가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마트 매각 후 신규 우발채무 등 부실이 새로 발견될 때에 유진측이 이를 떠맡기로 한 '옵션'이 걸려 있어 유진이 승자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매각과정에서 추가부실은 당연히 매각자가 책임질 부분이며 이를 무시한 채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는 없다"며 "이번 딜에서 우리가 특별히 우발채무 등을 떠맡기로 조건을 내건 부분은 없다"고 못박았다.

인수금융구조 윤곽

유진은 이번 딜에 필요한 매각자금과 관련,1조원 가량을 농협 등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금액은 자체보유한 자금을 통해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종욱 유진그룹 재무관리실 사장은 "전체 인수금액의 절반 가량은 차입을 통해, 나머지 절반은 에쿼티 투자로 마련한다"며 "에쿼티 투자를 위해 2곳 가량의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하며 유진그룹은 전체 지분가운데 65~70%가량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기금 및 주요 공제회는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에 대해 에쿼티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진그룹 내부정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유진측이 과거 대우건설 등 대형M&A를 위해 준비했던 자금이 많다보니 이를 소진할 기회가 필요했다"며 "이번이 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풀이했다.

차입과 관련해 유진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농협과 차입규모 등을 약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금리 및 인수금융구조 등은 딜이 성사됐으니 지금부터 정확하게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입대상과 관련, 현재까지는 농협이 단독으로 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차입규모가 크다보니 농협이 대주단을 구성, 신디케이트 론 형태로 자금을 빌려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거나 이번 딜은 가격과 논리 싸움에서 모두 유진그룹이 승리를 거둔 딜로 평가된다. 유진측의 설명대로라면 낮은 가격에, 별도의 옵션을 내걸지도 않은데다 최근 하나로텔레콤 등에서처럼 매각자측과의 별다른 잡음도 없이 단기간에 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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