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실제 미분양 30만가구 육박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7.12.10 14:45

정부 발표치의 2배…입주포기하는 잠재적 미분양도 수두룩

"건설교통부 통계가 다는 아니죠.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18만가구에 달할 겁니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참석자들에게 밝힌 얘기다. 이 같은 주장대로라면 실제 미분양아파트는 건교부가 발표한 통계치(올 10월 말 현재 10만3000여가구)보다 80% 가량 많다.

이런 수치상으론 현 주택분양시장은 이미 10년 전의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그동안 지방사업장의 미분양 부담을 수도권에서 보전해 온 건설업체들도 실계약자를 찾지 못하면서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사용돼 온 자체 임직원의 미분양 물량 계약 방식은 기본이다. 공사에 필요한 중도금 확보를 위해 협력업체들에 많은 물량을 떠넘긴 기업도 적지 않다. 여기엔 공사대금 등을 대물로 지급하고 있는 사례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게 관련업계의 귀띔이다.

일부 지방 사업장의 경우 장기간 적체돼 있는 미분양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해 최초 분양가의 20~30% 가량 싸게 '땡처리'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완공을 앞뒀거나 이미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역시 계약자의 입주거부로 인해 다시 미분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는 부산과 대구에서만 앞으로 입주할 물량이 3만~4만가구에 달한다. 이들 아파트 중 상당수는 완공이 되더라도 입주예정자가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이 같은 물량들은 대부분 '잠재적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결국 이런 물량을 포함하면 실질 미분양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분양가구수인 25만여가구보다 20% 정도 많은 물량이다. 업체들 입장에선 1년 농사를 망친 것과 같다.

분양가의 일정액에 대한 이자를 수년간 공급업체가 대납해주거나 40~60% 가량의 가격만 받고 입주후 2~3년간 잔금납부를 유예해 주는 '연부제'도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물론 완공 미분양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설령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들이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대거 매입을 계획했더라도 초기에 부담해야 하는 취득·등록세 등 세금때문에 포기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비단 지방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련업체들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도 최초 분양후 1개월간 계약을 체결하는 물량이 공급가구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김포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1600여가구 가운데 현재까지 계약된 물량은 200여가구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100% 계약을 체결했다"고 자랑하는 주요 단지들도 실제론 30~40% 안팎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사업승인이나 분양승인을 받아놓은 물량만 전국적으로 10만가구를 훨씬 웃돈다. 이 가운데 올 연말까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물량만 6만~7만가구에 이른다. 이들 물량 중 상당수는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미분양분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뒷짐 만을 지고 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2007 주택건설의 날' 행사장에서 "미분양 증가는 높은 분양가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곳에 과잉 공급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전제하며 "주택경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정책은 완화하지 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정작 미분양 문제를 신경써야 할 정부는 아직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설사들에겐 안된 얘기지만, 일부 대형사나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무너져야 (정부가)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
  5. 5 "남기면 아깝잖아" 사과·배 갈아서 벌컥벌컥…건강에 오히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