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시정 '머나먼 길'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7.12.09 16:57

5달 넘었지만 27개 사업장만 접수-법 개정 목소리 커져

비정규직법의 핵심 제도인 차별시정 제도가 도입된지 5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법 개정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차별시정 제도에 따라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 1982곳 비정규직 근로자에 신청권이 주어졌지만 27곳에서만 차별시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지방노동위원회의 1심 판정이 내려진 사업장은 △철도공사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조은시스템 △제주시청 △동명대 등 5곳에 불과하다.

이중 철도공사 고령축산물공판장 동명대 건은 신청인들의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수용돼 차별시정 결정이 나왔다. 조은시스템 건은 신청자격 상실로 각하, 제주시청 건은 '차별로 볼 수 없다'며 기각 판정이 내려졌다.

철도공사와 고령축산물공판장 사측은 지노위의 1심 판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해 현재 중노위에 계류 중이다.

이런 현실은 임금과 처우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과도한 차별을 받아온 비정규직들의 신청이 쇄도할 것이란 예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차별시정 신청인 자격을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한정해 놓아 대다수 비정규직들의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이 노조의 힘을 얻지 않고 회사와 1대1로 맞서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사실상 비정규직에게 차별시정 신청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신청권을 개인에서 노조 또는 집단제소가 가능토록 주체를 확장하고 동일 기업의 동일 직종 내에서만 정규직과의 차별 유무를 판단토록 돼 있는 것을 초(超)기업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형식상으로는 개별적 신청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집단적 신청 성격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철도공사의 경우 10월 초 경기지노위와 부산지노위에서 '차별 인정' 판정이 나온뒤 소속 비정규직 1300여명이 노조의 지원아래 연쇄적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당초 법 개정 논의를 무시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노동계 학계와 함께 조심스럽게 제도보완 모색에 나섰다.

노동부는 노·사·정 합동으로 진행 중인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차기정부 초기에 집중 논의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경영계가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조로 확대하면 신청 남발로 노사갈등만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중노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차별시정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대처해 신청건수가 적을 수도 있다. 내년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신청권이 확대되면 신청이 증가할 수도 있는 만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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