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CFO 넬슨 최의 '도전과 성공'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7.12.07 09:50

[인터뷰] "소수인종, 오히려 장점..충성심 중요"

요즘 특히 더 잘 나간다는 골드만 삭스 출신도 아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는 근무해본 적도 없다. 미 정치·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계도 아니다.

한국계 넬슨 최(42.사진.한국명:최주석)씨가 세계 최대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에 오르게 된 이유는 뭘까.

"운이 좋았고, 열심히 일했고, 기회가 왔을때를 대비해 준비했을 뿐이다"
최 부사장은 담담한 어투로 6일(현지시간) 머니투데이 등 한국언론 3개사와의 컨퍼런스콜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 "'소수인종' 오히려 장점"

한국인들에게 그는 단지 '메릴린치의 새 CFO'로서가 아니라 '한국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년여동안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부사장 겸 CFO로 있으면서도 한국언론에는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점은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핸디캡'으로 느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말을 못해 할머니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면서 "그래도 동갑내기 집사람(한정원씨)은 한국말을 잘 한다"고 스스럼없이 자랑하는 그에게서 그런 면을 찾을수는 없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최부사장은 당시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2세들이 대부분 그렇듯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일본 이토추상사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며 비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회사 임원이 되고 부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최부사장의 부친은 1957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일찌기 부친에게서 연장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수 있는 태도를 배운게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Be straight, Be strong(똑바르게 살아라, 강하게 살아라!"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좌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물론 어렸을때는 아시아계로서 소외감을 느꼈지만 성장하면서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누구나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오히려 남보다 두드러질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부사장은 해외에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자신을 '아시아-아메리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남들과 똑같은 '도전자'라고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넬슨 채 뉴욕증권거래소 CFO겸 부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지난해 12월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초청인사들이 개장 벨을 누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사진:NYSE 제공)
◆ 머리 판단력...무엇보다 '충성심'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위기타개 임무를 띠고 메릴린치로 영입돼 간 존 테인 전 NYSE회장이 그를 메릴린치에까지 불러들인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Smart, Judgement, Loyalty(지적능력,판단력,충성심)' 세 단어를 들었다.
자신 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건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최부사장은 "지적능력과 판단력을 갖춘사람이야 한둘이 아니고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충성심"이라고 말했다. "항상 몸을 낮추고 살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말은 '충성심'은 곧 '겸손'과도 통한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테인 회장이 2년전까지 얼굴도 몰랐던 그를 '최측근'으로 신임하게 된 것은 단순한 충성심때문이 아니라 그의 판단력과 실행능력 때문이라는게 주변의 평가이다.

테인회장이 전자 증권거래업체 아키펠라고를 합병한 것은 NYSE를 효율적인 전자거래소로 탈바꿈시킨 계기가 됐다. 유럽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를 합병함으로써 NYSE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최부사장은 테인 회장의 이 '2대 업적'의 중심역할을 했다.

피합병회사인 아키펠라고 CFO였던 최부사장을 모기업 NYSE로 영입해 CFO로 앉히고, 이어 메릴린치의 CFO로 영입해간 것은 최부사장에 대한 그의 신뢰를 보여준다. 최부사장도 "테인이 중요할 결정을 내릴때 옆에 있던 내 판단을 신뢰했고, 좋은 결과를 냈다"고 인정했다.

◆ 비월가 출신? "다양한 시각,장점"

미국 언론들은 그가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과연 서브 프라임 충격에 쌓인 메릴린치의 구조요원이 될 것인가 하는 의심이 다분이 담겨 있다.

그는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이빗 에쿼티 컨설팅, IT기업, 제조업체 등 다양한 산업분야를 거쳐온 덕에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볼수 있다고 생각한다"는게 그의 말이다.

특히 "전자 증권거래 시스템 업체인 아키펠라고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항상 새로운 측면을 보고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물론 '트레이딩 데스크'를 거치지 않은 만큼 최대한 빨리 배우고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해) 전쟁터가 된 월가에 뛰어들기 때문에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 서브프라임 면밀히 관찰, 메릴린치 정상화 문제 없다

한걸음 나아가 그는 그는 "NYSE는 월가 최대의 금융기관(금융회사가 아닌)"이라는

말로 '월가 경력'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빅 보드(Big Board)' NYSE의 CFO로서 상장기업들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기본적인 임무라는 것이다. 서브 프라임모기지 부실 파장이 상장 금융회사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관찰해왔다고 말했다.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3분기에만 총 2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큰 흐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게 10일부터 메릴린치로 출근하게 되는 그의 판단이다.

"주식을 비롯한 메릴린치의 여타 주요 영업 부문은 잘 운영되고 있으며 문제가 된 부분은 채권, 그중에서도 CDO(부채 담보부 증권)에 국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해 금융회사 등 관련기업들의 손실이 추가될 것이고, 규제가 강화될 것이며, 주택 구입자들 및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고 부분적인 충격이 이어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제를 헤쳐나갈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충격은 내년 1분기말 정도면 회복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체 경기는 주택시장만을 놓고 판단할수는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 넬슨 채 NYSE 부사장 겸 CFO(왼쪽)가 지난해 10월 폐장식에 참석한 도널드 윈터 해군장관과 타종행사를 지켜보고 있다.(사진:NYSE)
◆ 한국 등 아시아 시장 비중 확대될 것

최부사장은 유로넥스트 합병 외에도 '인도증권거래소' 합작등 NYSE의 해외분야에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테인 회장은 최부사장을 CFO로 지명하면서 "최는 나의 중요한 조언자로서 재무업무뿐 아니라 유로넥스트 및 아키펠라고 합병, NYSE의 해외진출 등 성장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메릴린치의 성공에 중요한 기여를 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메릴린치에서도 그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것으로 본다"는 답변이 즉시 돌아왔다. 단순히 재무업무만을 담당하는 '실무형 CFO'가 되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최부사장은 "아시아시장은 유럽 미국 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시장에서도 메릴린치가 한국 중산층 이상의 욕구를 겨냥한 서비스 제공 을 통해 사업 기회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팀웍'중시...'일 가족 자신' 중에서는 자신이 맨 나중

조직보다는 개인이 먼저인게 월가 생리이지만 그는 '팀웍'을 강조한다.
좋은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임무를 주는게 자신은 물론 팀원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약속이 없을때는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운다.
얼마전에는 갓 들어온 신입 직원이 다른 팀원들은 모두 좋다고 하는 식당에 혼자만 빠지겠다고 했다. 최부사장은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라는 점을 설득시켜서 결국 같이 식당엘 갔다고 소개했다.

'팀 점심'이래봤자 걸어서 3분 걸리는 곳에서 샌드위치를 시켜먹거나 책상에서 먹는다. 10분내로 점심을 해치우면 이메일을 체크하고 할일을 할수 있다는 것.

최부사장은 자신의 인생을 이루는 세가지 축은 '일, 가족, 자신'이라고 말했다.
'일'은 기본이지만, 특히 여느 미국인들처럼 가족을 중요시한다. 5시30분에 일어나 7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하고, 7시30분쯤이면 집에 도착해 9시30분까지 식사와 세 아이들 숙제 돌봐주는게 일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으로도 아이들에게 읽어준 유명한 아동도서 시리즈 '닥터 수(Dr. Seuss)'를 들었다. 직원이 추천해줘서 읽은 'CFO만들기'를 떠올린 것은 그보다 한참 뒤였다.

메릴린치에서 소방수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질수 밖에 없다. "셋 중 두가지를 택해야 한다면 '자신'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일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나 운동시간을 줄일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넬슨 최 신임 메릴린치 증권 CFO약력

△2006∼2007.12: 뉴욕증권거래소(NYSE) CFO겸 부사장
△2001∼2005:전자증권거래 전문기업 아키펠라고 CFO
△의료기 업체 데이드 베링 수석 부사장 등 역임
△하버드대학 MBA
△펜실베이니아 대학(유펜)학사
△뉴욕 출생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