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장님, 그 분과 친한 것 아시죠?"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7.12.09 15:28

[S-레터]사돈·딸 등 대선수혜株 찾기…'대선 광풍'으로 번져

"우리 회장님 아시죠? 모 후보님 잠시 피난차(?) 미국 계실 때 우리 회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우리 회장님 지분이 꽤 되니까 이번 대선을 통해서 주가도 따라서 올라갈 겁니다."

"우리 사장님 사무실에서 그 사진 보셨나요? 유력후보하고 아주 친하신데. 그때 그 사진 봐도 굉장히 친한 관계라는 것 잘 아시겠죠?"

여의도에 '대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정치바람은 증시에도 큰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신문에 발표되는 지지율 변화에 따라 개장 후 상장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 관련주는 증시에서 대선 테마의 선두격입니다. 중소 건설업체로 관심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삼목정공 특수건설 이화공영 홈센타 동신건설 등이 급등했습니다. 그 후엔 이명박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 중이거나 이명박 후보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대표로 있는 리젠 신천개발 등이 뒤따랐습니다.

이 후보와 사돈관계라는 효성ITX 효성 한국타이어 등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정동영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서가자 단암전자통신이, 정동영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뜻을 모을 때는 이화전기 광명전기 로만손(남북경협주) 폴켐 미주레일(대륙철도수혜주)가 각각 올랐습니다.

하지만 여의도의 대선 바람은 이제 단순히 '수혜주 찾기'를 넘어 '대선 광풍'으로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사진 한 장, 옷깃을 스친 인연으로도 관련주라고 으스대는 회사가 늘고 있고, 시장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전 만난 한 상장사 대표는 "유력 후보와 사진을 찍고 친분을 과시하는 상장사 대표들이 부쩍 늘었다"며 "물건 하나 팔기보다 사진 한 장 찍는게 주가상승에 더 도움이 되니 나도 마음만 먹으면 사진 한 장은 문제 없는데 한번 찍을까 생각중"이라고 허탈해 했습니다.

지난 5일 장중 서울증권이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잠시 뒤 서울증권의 급등 이유가 메신저를 타고 여의도에 매우 구체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막내 딸인 수연씨가 서울증권 컴플라이언스팀에 합격했다는 루머였습니다. 팀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돼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이에 서울증권 홍보팀과 인사팀은 수백여통의 전화로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는 후문입니다. 결국 서울증권은 "사실무근"이라며 공식부인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대선이 임박하면서 숨겨진 대선관련주 찾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죠.

대선 관련주들은 그러나 대선이 끝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주가의 가장 기본인 펀더멘털(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뜬구름잡기식' 테마만으로 주가를 장기부양시킬 수 없다는 얘기죠. 그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대선 테마투자에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증시에 불고 있는 대선 광풍은 단순히 증시만의 한계는 아닐 것입니다.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는 기업들은 실제 재임 기간 중에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말이죠. 최근 논란이 된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의 경우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증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치부터 선진화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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