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인수전, '배타적협상권' 없었다?

더벨 현상경 기자 | 2007.12.07 11:00

인수협상 내내 '새 후보군' 등장.. 업계 "입찰 아닌 입찰..유례없는 혼선"

이 기사는 12월07일(08: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폐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SK텔레콤이 결국 하나로텔레콤의 '새 주인'임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맥쿼리-SK텔레콤, 그리고 최근 LG 참여설에 이르기까지 협상내내 새로운 후보군의 등장설로 유례없는 혼선이 야기됐다.

이로 인해 M&A 시장은 이번 인수전이 과연 '입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딜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제공하는 '배타적 협상권'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정평이다.

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연 이번 딜이 '입찰'(Bidding)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 성격인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대개 비딩이란 과정은 매물을 살 의향과 의지가 있는 후보군이 전부 모여 참여의사를 전달, 동일한 룰에 따라 각기 쓸 수 있는 최대가격을 써내고 이후 선택된 후보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게 통상적이다.

협상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 차선협상대상자까지도 따로 뽑는다. 이는 달리 말해 비딩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우선, 차선으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깨끗하게 인수전에서 빠지겠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한 셈.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1차, 2차 인수후보군 모집에서 사실상 맥쿼리의 단독응찰로 진행돼 거의 협상이 마무리된듯 하다가 막판에 SK텔레콤이라는 새로운 후보군이 외부에서 등장했다. 맥쿼리는 이에 대해 매각자와 매각주관사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는 SK텔레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S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도 LG측에서 또다른 '제안'을 건넨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수계약을 놓고 한때 바이어와 셀러측간 '진실게임'마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업계는 이런 LG의 움직임이 정말 인수의지가 있었는지, 또 자금조달 가능성이 검토됐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의 한 대표는 "바이어들이 매각자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등에게 제공하는 '배타적 협상권'(Exclusivity)을 받지 못했거나 매각자측이 의도적으로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대개 M&A과정에서 바이어와 셀러간 협상이 일정궤도에 오르면 "특정기간 동안 다른 후보군과 접촉하거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독점적인 협상권한을 제공한다. 그리고 인수전에서 바이어들의 99%이상은 이를 반드시 요구한다는 것. 그런데 셀러측에서 반드시 이 같은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셀러가 협상기간 내내 배타적 협상권을 줄 수도 있지만 딱히 법적의무사항도 아닌지라 "1주간을 주겠다" 내지 "일반적인 정도까지만 제공하겠다"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 또 아예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도의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구두합의만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은 사실 계약서상에서 엄격히 '비밀유지조항'이 적용되고 있어 실제 당사자들이 아니면 사실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M&A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는 분명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아무리 프라이빗 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배타적협상권 등에 대한 옵션을 얻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그렇지 않다면 바이어측은 단순히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전체 계약금액의 10%안팎)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손해배상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파를 겪은 후 SK가 최종 승자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이번 딜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보다는 냉정한 평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는 모든 과정에서 유연성과 상상력, 창의성이 지배하는 비지니스"라며 "과거 통용됐던 룰만 가지고 협상이 불공정했느니 하는 건 이런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딜은 최대이익을 거두는 게 목적인만큼 바이어든, 셀러든, 혹은 자문사든 간에 새로운 상황을 맞이해 새로운 전개가 펼쳐질때 그에 가장 잘 적응하고 협상논리와 방어책을 내세월 수 있어야 승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이번 하나로텔 인수전은 국내 M&A 업계에서 귀감이 될 사례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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