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용경색과 국부펀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2.05 15:11
올해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는 단연 신용경색이다. 이름도 낯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함께 불어닥친 신용경색 태풍 앞에 미국과 유럽은 속수무책이었다.

이가운데 국부펀드가 부각됐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전격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신용경색에 멍든 월가를 중동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부펀드가 구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중동의 원유 생산국,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 카자흐스탄 나아가 적도기니 같은 변방까지 앞다퉈 국부펀드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실력을 쌓느라 여념이 없다.

메릴린치 조사에 의하면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이미 2조달러를 넘어 섰다. 이는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보다 크다. 2011년에는 7조9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펀드들은 '설립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해외의 거대 기업, 부동산, 채권을 노리고 있다. 자국의 부를 위해.


한국은 어떤가. 정부는 지난주 법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부동산이나 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KIC의 자산을 2010년 50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일보 전진한 조치지만 우리 국부펀드의 진도는 너무 늦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분명 이번 신용경색은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국가들에게 호기다. 준비된 자만이 이를 잡을 수 있다.

관련 공무원, 전문가들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분발해야 한다. 국민연금 상장사 금융기관 등 돈많은 주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처럼 위험은 무조건 회피해야한다는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지난 어느 즈음 '현대차가 KIC, 국민연금과 손을 잡고 GM이나 포드 지분을 5% 이상 매입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접하는 그런 흥분을 맛보고 싶다면 이는 너무 순진한, 철없는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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