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의 강도는 정 후보가 좀 강하다. 정체 상태에 빠진 지지율을 높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문 후보가 필요하다.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둬 왔다. 섣불리 '연애'를 시작했다가 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강했다. 그런 문 후보도 이제 '구애'에 나섰다. 4일 정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목적은 다르지 않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문 후보도 정 후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둘은 '동상이몽'이다. 서로가 '연애'를 꿈꾸지만 그리는 연애의 상과 시기가 다르다.
문 후보는 다소 느긋하다. '단일화'보단 한명이 물러나는 '사퇴'가 그의 구상이다. 양자 토론 등을 통해 정책 비교를 하면 정 후보를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정 후보를 희생시켜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도 '화끈한 연애'보다 미지근한 만남 정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다. 김갑수 대변인은 "빨리 할수록 좋다는 것은 허울좋은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이에반해 정 후보는 다급하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한은 보름. 늦어도 여론조사 공표 시한인 8일전에 끝내야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 후보측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정치적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선 일정이 중요하다"면서 "후보 단일화는 8일 정도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도 말 그대로 단일화다. 정 후보측 한 인사는 "연애면 연애지 뭐 이리 복잡한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래도 정 후보측은 일단 문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나온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범여권이 대선 막판 역전을 노리는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게임이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난다.
특히 늘어나고 있는 부동층에 대한 기대가 크다. 범여권 한 인사는 "현재 부동층에는 이번 대선에서 희망을 잃은 민주개혁세력 지지층이 많다"면서 "이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마지막 시도가 단일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후보 등록 전 범여권이 단일 후보를 내세워 지지층을 쌓아갔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둘 사이의 단일화를 이끌 심판은 그동안 단일화를 요구해온 시민사회세력이 맡기로 했다. 이들은 늦어도 5일 전 정책 토론 방식, 횟수, 단일화 절차 등을 만든 뒤 양 후보측의 합의를 도출한 뒤 곧바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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