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석면 피해인정, 국내 첫 판결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7.12.04 16:31

대구지법, 석면업체 측 1억6000만원 배상 판결… 유사소송 줄이을 듯

석면 취급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회사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석면을 다루는 사업장 근로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방법원은 1976~1978년간 제일화학(현 제일E&S)에서 석면 취급 공장에서 일하던 고(故) 원점순 씨가 악성중피종에 걸려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선고공판에서 "회사는 원씨 유족에게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4일 판결했다.

악성중피종은 1급 발암물질 중 하나인 석면이 인체에 스며들어 약 10~5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주로 피부나 흉막, 복막에 발생하는데 일단 발병하면 환자는 6~12개월 내에 대부분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회사가 석면에 노출돼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내용과 예방법 등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해 (노동자가) 석면 관련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석면 노출도가 높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장갑과 특수 작업복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회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법원이 석면 피해에 대한 회사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예용 서울시민환경연구소장은 "경제발전을 이유로 시민의 건강이나 생명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선언"이라며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석면 공장 주변 주민들이 중피종 등 질환을 호소하고 있어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이효철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석면 제조·가공사가 질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을 때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차원에서 500만~1500만달러(약46억~138억원) 정도의 배상액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당장 석면 질환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걸릴 우려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 외에도 부산·울산·대구 등지에서 6건의 석면 피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90년대 초반 80개가 넘었던 석면 제조·가공 업체는 규제가 심해지면서 현재는 16개 업체에서 연간 1700톤의 석면 함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노동부는 석면 사용이 원천 금지되는 2009년 이전에는 대부분 업체에서 허가증을 반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