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불린 '헤지펀드 천국' 더블린

더블린(아일랜드)=전병윤 기자 | 2007.12.05 10:58

[자산운용허브를 가다](2) '매년 9%성장' 아일랜드의 비결

편집자주 | 외자 특급 인센티브 '유럽뮤추얼펀드(UITS)센터' 도약 전세계 헤지펀드 30%운용되는 나라 런던, 뉴욕 틈새에서 '백오피스'로 특화

아일랜드는 불과 반 세기 만에 유럽의 '빈국'에서 '손꼽히는 부국'로 탈바꿈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수백년간 지겨운 독립 투쟁을 한 나라. 한 때 기근으로 100만명이 죽었고, 대공황 시절 실업자가 넘쳐나던 국가다. 상전벽해가 일어난 셈이다.

아일랜드는 2000년 경제성장률 11%를 기록했고 최근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9%대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개발도상국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 5만2000달러로 세계 10위권 안에 포함될 만큼 잘사는 나라다.

유로지역 국가의 1997~2000년중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이 2.7%에 불과한데 비해 아일랜드는 1994~2000년까지 연 평균 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 유럽 평균을 3배 이상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초 10%를 웃돌던 실업률도 2000년에는 4%대로 낮아지는 등 안정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이 저상장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동안 나홀로 고성장을 이룬 셈이다.

유럽에서 멸시받고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기 위한 테러로 얼룩졌던 나라가 짧은기간 폐허를 딛고 기적을 이뤄낸 힘은 무엇일까. '아일랜드 기적'의 힘은 외국인 투자와 금융산업을 축으로 한 성장으로 요약된다. 또한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 런던과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지리적 이점도 한몫했다.

진 라이언(jean Rayn) KBC자산운용 투자전문가는 "아일랜드는 젊은층이 두텁고 우수한 인재가 많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젊은 국가'"라며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에서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아일랜드로 오고 있으며 런던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도 아일랜드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투자 설명회를 하거나 아일랜드와 관계를 맺기 위해 인맥을 통해 '아이리쉬 커넥션'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금융산업을 축으로 한 성장
아일랜드는 2000년 기준 1200여개의 외국계 투자기업이 진출해 있고, 외국 기업의 생산액이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우호정책으로 외국 투자 기업의 고용인원은 1988년말 6만6000명에서 2000년말 13만90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더블린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의 금융회사.
특히 금융산업의 발전이 눈이 부신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은 서유럽 금융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런던이라는 국제적 금융도시의 틈새시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자산운용시장에선 헤지펀드를 비롯한 펀드들이 세금혜택과 수준 높은 인프라로 인해 더블린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기업 취업자의 22%가 금융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외국투자기업의 아일랜드 직접투자액은 114억유로이며, 1000여개 외국기업이 투자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통한 신규고용 창출을 위해 유망 외국인투자기업에게 보조금 지급, 세제혜택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뒀다. 외국인들에게 '당근'을 주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1987년 더블린 금융특구인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만든 이래 세계적인 금융센터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개발청(IDA) 주도로 감세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외국인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법인세 뿐 아니라 유럽 뮤추얼펀드(UCITS)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준다. 또한 룩셈부르크는 부과하고 있는 증권거래세도 면제한다. 또한 헤지펀드에 대한 자본이득세도 징수하지 않는다.

세금면제를 통해 대형 은행 및 보험사들은 IFSC내 사업체 본부의 설치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IFSC 발전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더블린은 룩셈부르크와 더불어 유럽내 UCITS 센터로 자리잡고 있다. 아일랜드 펀드시장 규모는 2005년 6월 1조달러에서 같은 기준 2006년 1조2000억달러, 2007년 1조8590억달러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세금을 안 받는 대신, 고용 창출에 무게를 둔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자본유입을 가져오는 회사로 인정받고, 비거주 외국인으로 한정된다. 이를 통해 외국기업이 더블린에 본사를 설립하거나 종전 국제영업활동 주체를 더블린 본사의 자회사로 전환토록 유도하기 위한 의도다.

또한 IFSC의 감독기관인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세금혜택을 이용, 조세피난처나 돈세탁 장소로 전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판'만 유지하는 역외기업을 철저히 가려낸다.

법무법인 딜론 유스타스의 더블린 법인 앤드류 베이츠 변호사는 "영국에선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도 아일랜드에선 내지 않을 만큼 정부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원한다"면서 "아일랜드 정부관료들도 딱딱하지 않고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해 놓고 나머지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달리 적응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베이츠 변호사는 "더블린에는 펀드관련 인력이 8000여명에 달하고 전 세계 헤지펀드의 30%가량이 아일랜드에서 운용하고 있을 만큼 자산운용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감독당국은 규정안에서 최대한 유연한 기준을 갖고 금융 회사들과 직접면담이나 토론 등을 갖는 '오픈도어'(Open door)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펀드 '백 오피스'로 특화
더블린 IFSC의 펀드시장은 펀드운용 관련 관리업무(역외펀드관리와 일반 행정업무)와 보관업무(custody service)가 발달됐다.

↑세계 최대 펀드오브헤지펀드 운용사 GAM의 더블린 법인.
투자의사결정은 대표적인 국제금융센터인 런던·뉴욕에서 이뤄지고 IFSC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후선지원활동(back-office operation)에 특화한 결과다. 실제로 현재 IFSC내 1/3이 넘는 일자리가 펀드관리업무와 관련돼 있고, 200개 이상의 펀드관리 전문기관이 IFSC내에서 영업하고 있다.

펀드관리기관은 순자산가치(NAV)의 평가 뿐 아니라 펀드매니저, 기금수탁기관, 감독당국, 주주 등을 연결시켜주는 중개 업무를 한다. 올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형펀드가 펀드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탓에 88억원에 달하는 기준가 오류로 인해 말썽을 빚은 바 있다. 그만큼 펀드관리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업무다.

이런 분화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금융거래의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이루어질 필요성이 낮아졌고 더블린이 런던과 동일한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고 수준 높은 인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펀드오브헤지펀드 운용사인 GAM의 더블린 법인의 매니징 디렉터(이사)인 빌리 노리스는 "GAM 런던법인은 투자 및 펀드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더블린은 역외펀드 등의 관리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리 노리스는 "현재 150여명이 더블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 직원의 17~18%가량이 펀드 회계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KBC자산운용 더블린 법인의 트레이딩 룸.
벨기에계 KBC그룹은 더블린을 런던이나 뉴욕보다 상위 거점 법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런던과 뉴욕법인은 더블린에 업무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는 구조다. 그만큼 더블린이 다른지역보다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다.

KBC자산운용의 더블린 법인은 100여명의 투자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고 팀워크 또한 강하다는 점을 들어 브르쉘 본사 다음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더블린 법인은 주식형펀드의 운용성과가 뛰어나 KBC의 핵심상품인 물펀드, 대체에너지펀드 등을 맡고 있다. 반면 런던과 뉴욕은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 운용에 비중을 둬 더블린의 하부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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