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철광석업체에서 30년넘게 근무한 브래들리씨는 재직중에 가입한 퇴직연금(Superannuation)과 호주정부가 지급하는 노령연금(Age Pension) 그리고 각종 저축(Voluntary Savings) 등을 통해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이 노후생활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 고용주의 강제 출연 △ 다양한 세제혜택 △ 가입자의 펀드선택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에 힘입어 호주 연금제도의 핵심골격을 이루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호주법인의 트레버 처들레이 이사는 "정부가 각종 세금혜택을 통해 고용주의 강제출연과 가입자의 자발적인 추가 출연을 유도했고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안정성 효율성을 높여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들레이 이사는 또한 "가입자가 직접 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운용사와 판매기관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 것도 성공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주가 퇴직연금 출연을 거부하면 호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등 사실상 호주현지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고 호주 최대의 퇴직연금 운용기관인 AMP투자은행의 스테픈 듄 대표는 밝혔다.
듄 대표는 "호주 고용주들도 초창기 정부의 강제 출연요구에 저항했지만 출연금액에 상응하는 세제혜택과 급속히 진행되는 호주사회의 노령화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결국 정부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말 현재 호주인구는 2060만명이고 이중 65세이상 인구비중은 13%에 달한다. 2047년까지는 총인구의 2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주의 반발 무마와 가입자의 자발적 출연을 가져온 일등공신은 호주정부의 과감한 세제지원. 특히 가입자의 자발적인 출연 유도와 퇴직연금의 원금보전을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가령 가입자가 연간 15만 호주달러까지 퇴직연금에 출연할 경우 영세율이 적용된다. 또한 은퇴후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시불이 아닌 매월 또는 격주로 수령할 경우에도 퇴직연금 투자수익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자들이 운용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퇴직연금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호주정부는 2005년 7월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펀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물론 이같은 결정은 가입자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 자산운용사와 재무설계사들의 숨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가입자들의 상이한 기호를 반영하듯 퇴직연금은 다양한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1조2000억 호주달러중 35%가 호주 주식에 투자되고 있다. 24%는 한국주식을 포함한 해외주식으로 운용된다. 호주채권(14%) 해외채권(7%) 부동산펀드(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같은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미래의 노후보장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 야기되는 경제성장 둔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김철배 자산운용협회 이사는 "호주의 퇴직연금제도는 걸음마 단계의 국내퇴직연금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정부의 세제혜택과 운용사의 가입자교육 등이 전제돼야 국내 퇴직연금이 노후보장장치로 제 기능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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