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서 자필서명 안했다간 '낭패'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7.12.06 13:01

[투자IQ를 높여라]보험 부실계약

# 주부 A 씨는 1년 넘게 남편을 종신보험에 가입시키려고 설득 중이다. 그런데 보험 이야기를 꺼내면 화부터 내는 남편의 고집을 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성격이 대쪽 같은 남편은 "보험은 보험회사만 배불릴 뿐"이라며 막무가내다.

하지만 이런 남편이 섭섭하기만 한 A 씨. 종신보험은 가장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남은 가족을 위한 것인데 남편의 태도는 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속상하다.

더이상 남편을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A 씨. 결국 남편의 동의 없이 종신보험에 가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평소 알고 지낸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한 결과 배우자의 서명으로 가입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은 것.

원칙적으로는 계약 당사자가 자필 서명을 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부인이니 그냥 대신해도 괜찮다는 것이 설계사의 답변이었다. 설계사는 불안해하며 수차례 확인하는 A 씨를 안심시키며 월 20만원씩 들어가는 종신보험 계약서를 받아 냈다.

# 기러기 아빠 B 씨는 아내의 생일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여성들이 '혼자 보내는 10년'을 아내도 겪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금보험으로 노후 대비를 도와주기로 한 것.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를 이웃에 맡기고 3~4일 가량 귀국하기로 했던 아내가 사정이 생겨 들어오지 못하게 된 것. 어렵게 시간을 내려고 했는데 일에 차질이 생겼으니 한동안 귀국은 생각도 못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연금보험 가입을 마냥 미루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B 씨는 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B 씨 역시 A 주부와 같은 설명을 들었다. 배우자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대신 서명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계약이 정상적으로 성립될 뿐 아니라 연금을 받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계사는 말했다.

이처럼 계약자가 아닌 타인의 서명으로 보험가입계약서를 작성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타인 서명은 명백한 부실계약으로 최악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은 "보험 가입 계약은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 하지만 타인이 서명해 부실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심지어 실적을 채워야 하는 설계사들이 친인척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시킨 후 보험료 납입을 부탁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숙 회장은 "하지만 상법상 보험은 피보험자가 구두가 아닌 자필 서명으로 계약 체결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동의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고 타인 서명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가령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가족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때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서명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는 얘기다.

본인의 서명동의가 없으면 무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한 설계사들도 문제지만 피보험자와 실제로 서명한 계약자를 대조하면 하자 있는 계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도 이를 방임하는 금융회사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미 타인 서명으로 보험에 가입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보험회사에 입증해 보이고 원금을 되찾아야 한다고 김미숙 회장은 말했다. 피보험자와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험사에 확인하고 계약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는 내용증명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해 원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와 법적 분쟁을 벌일 경우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권리를 100% 인정받기 힘들 뿐 아니라 소송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보험사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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