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높아짐에 따라 금리인하는 한동안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 줄어들길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3.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4년 10월(3.8%)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7%, 2월 2.2%를 시작으로 줄곧 2%대에 머물다 지난 10월 3.0%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 같은 '3%대 물가상승률'이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비용과 수요, 2가지 측면 모두를 볼 때 그렇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 이번 물가상승률은 기존의 유가급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다. 경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6% 뛰었고, 휘발유 가격도 13.4%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도 한몫했다.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4.9%로, 2005년 2월(4.9%)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체 수입물가를 봐도 10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11.2%로, 지난해 5월(11.3%)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중국내 소득 증가에 따른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확장 국면에 있는 만큼 불가피한 결과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실질GDP로 나눈 GDP 디플레이터를 기준으로 볼 때 총수요 압력은 올 상반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4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총수요 압력이 플러스라는 것은 향후 경기가 좋아질 때마다 물가상승 압력도 커진다는 뜻이다.
향후 경기확장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올라선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변동금리부 대출의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도 줄었다.
정부도 2%대 물가상승률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물가에 대응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및 대응방향' 자료를 내고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의 상승이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3%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곡물 가격이 추가로 급등할 경우 단기간 할당관세를 적용, 관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최근 가격이 급등한 배추, 무 등의 계약재배 물량을 조기에 방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수도 가스 교통 등 공공요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인상시기도 최대한 분산하겠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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